선자령을 오르다 잠시 걸음을 멈춘다.
눈, 나무, 그리고 하늘이 층을 갈라 눈앞에서 늘어서 있다.
하늘은 나무와 몸을 뒤섞고 있다.
나무는 눈밭에 또 발목을 묻고 있다.
땅은 잠시 눈밭 아래로 몸을 숨겼다.
생각해보니 겨울나무는 맨땅의 빛과 비슷하다.
맨땅이 몸을 일으켜 하늘과 마주한 것이 나무이고
그 나무가 초록을 펼치는 것은
나름대로 하늘과 커플로 색을 맞추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은 하늘의 구름과 빛깔이 비슷하다.
눈으로 세상을 덮는 것은
하늘이 제 마음을 지상으로 내려보내
여름의 초록에 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계절을 따라 흐르며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우리 사는 세상의 하늘과 땅, 그리고 나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