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나무, 하늘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월 16일 강원도 평창의 선자령에서


선자령을 오르다 잠시 걸음을 멈춘다.
눈, 나무, 그리고 하늘이 층을 갈라 눈앞에서 늘어서 있다.
하늘은 나무와 몸을 뒤섞고 있다.
나무는 눈밭에 또 발목을 묻고 있다.
땅은 잠시 눈밭 아래로 몸을 숨겼다.
생각해보니 겨울나무는 맨땅의 빛과 비슷하다.
맨땅이 몸을 일으켜 하늘과 마주한 것이 나무이고
그 나무가 초록을 펼치는 것은
나름대로 하늘과 커플로 색을 맞추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은 하늘의 구름과 빛깔이 비슷하다.
눈으로 세상을 덮는 것은
하늘이 제 마음을 지상으로 내려보내
여름의 초록에 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계절을 따라 흐르며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우리 사는 세상의 하늘과 땅, 그리고 나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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