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한 잎의 무게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월 16일 강원도 평창의 선자령에서

우리는 모두 나는 너에게, 또 너는 나에게
제 무게만큼 새겨놓고 새겨지려 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서로의 낙인이 되려 한다.
하지만 낙엽 한 잎에 무슨 무게가 있으랴.
바람의 손에 쥐어주면 너무 가벼워
자꾸만 공중으로 놓치고 마는 무게 뿐.
가볍다는 말에도 실리지 못하는 무게를 가졌으니
어디에도 저를 새길 수 없는 슬픈 운명일 뿐.
그 낙엽 하나 눈밭에 떨어져 있었다.
낙엽 한 잎에도 무게가 있는 것일까.
눈밭은 낙엽이 자리한 곳을 안으로 들여
낙엽을 제 속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럴리가 없다.
낙엽이 무게를 가질리가 없다.
가을색이 바랜 낙엽의 손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그 손에 햇살 한 줌 움켜쥐면서 얻은 온기가 쥐어져 있었다.
눈밭 위의 낙엽이 내게 말했다.
무게로 새겨지려 하지 말고,
온기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가 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 있을 때는 더더욱.
죽으면 풍장을 하리라던 시인이 있었다.
무게를 모두 버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 무게를 모두 버려
가볍다는 말에도 실리지 못할 무게밖에 남지 않은 낙엽 하나가
다만 한줌 햇살만 손에 쥐고 눈의 마음을 얻고 있었다.

2 thoughts on “낙엽 한 잎의 무게

  1. 낙엽이 무게가 없다고 그 온정까지 없는 건 아니었네요.
    어쩌면 볼품없이 마른만큼 더 따뜻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무에서 떨어면서부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