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섬

Photo by Kim Dong Won
2002년 6월 23일 태안 꽃지해수욕장에서

바닷가 모래밭에 자전거 두 대가 서 있었어.
자전거를 탄 그 두 연인은
사실 처음에 만났을 때는 자전거를 따로 타질 않았어.
그때는 자전거 하나로 충분했었지.
남자가 앞자리에 타고 여자는 뒤쪽 안장에 몸을 실었어.
남자는 바람같이 달릴 수 있었어.
그럴 수밖에.
그때 뒷자리엔 바람이 실린 듯 했거든.
남자는 말했지.
꼭 잡아, 안그러면 바람에 날려간다.
바람은 날려가기 싫었는지
남자의 등에 찰싹 달라붙었지.
그렇게 그 둘은 처음에는 자전거 하나를 둘이 타고 달렸어.
그 둘이 결국 함께 살게 되었지.
그런데 같이 살다보면 이상해져.
처음에는 분명 바람을 싣고 달렸는데
뒤가 슬슬 무거워지기 시작하는 거지.
꼭 잡아 라고 소리칠 필요도 없어.
어떤 바람에도 날려가지 않을 묵직한 무게감을 갖기 시작하거든.
그때부터는 그녀보다 그녀 밑의 타이어를 더 걱정하게 돼.
그리하여 둘은 어느 날부터 자전거를 각자 타게 되었어.
그 둘은 지금도 자전거를 각자 타고 있다더군.
가끔 남자는 그런 생각을 해.
자전거를 각자 타고 만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자전거 하나를 버리게 되었을까.

처음에 그 두 연인은 섬에 살고 있었어.
서로가 건너다 보이는 섬이었지.
빤히 보이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야.
둘 사이엔 부르면 목소리만 건너갈 수 있는 거리의 그리움이 놓여있었지.
그것처럼 갈증이 심한 그리움도 없어.
두 연인은 종종 섬을 버렸어.
물이 빠지면 섬을 나와 중간에서 만날 수 있었거든.
둘은 서로의 섬을 버리고 중간에서 만날 때가 가장 좋았어.
하지만 섬 사이에선 오래 있을 수가 없었지.
물이 들어오면 둘은 각자의 섬으로 돌아가야 했으니까.
아쉽기만 했지.
그러다 어느 날 남자가 꼬셨어.
너의 섬을 버리고 나의 섬으로 가지 않을래?
여자는 그만 남자의 꼬드김에 홀라당 넘어가 버리고 말았지.
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섬을 버리고 남자의 섬으로 가게 되었어.
그런데 이상한 일이야.
둘 모두 섬을 버리고 밀려들 물의 시간을 불안해할 때는
둘이 하나같았는데
남자의 섬은 이상하게 낯설었어.
남자는 낯익지만 남자의 섬은 그렇지가 않았지.
여자는 알게 되었어.
남자와 남자의 섬이 다르다는 것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어.
남자의 섬으로 건너온 뒤로 들어온 물은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지.
여자는 남자의 섬에서 남자와 함께 살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섬에 갇히고 말았어.
여자는 지금도 그 섬에 갇혀 살고 있어.
남자는 가끔 생각해.
왜 여자가 섬으로 온 뒤로 물이 빠지지 않는 거지.

두 연인이 같이 살면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2 thoughts on “자전거와 섬

  1. 동원님! 정말 오랜만에 글 남깁니다 ^^
    요즘 블로그를 거의 안하다보니 들려서 글 남기기도 쉽지 않네요~ 휴휴.

    간만에 들려서 부탁드리는 것이 면목없긴 하지만…
    부탁 드릴데가 동원님 밖에 없어서요!

    혹시 Mac 용 포토샵 가지고 계시다면 보내주실 수 있으실런지요?
    예전에 주신 Vuse 로 찾았었는데 속도가 워낙 안나와서 구할 길이
    없습니다. 크헝. 메일 주소는 Whenry.seo@gmail.com 입니다!

    가지고 계시다면 꼭 부탁드릴게요!! ( 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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