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소백산에 갔을 때 천동계곡을 오르는 동안
계곡에는 물소리가 그득했다.
그 물소리를 엮어 사랑연서를 썼다.
물은 그 내면에 소리를 가진 걸까요?
계곡을 가득 메운 물소리는
누구의 것인가요.
그것은 물의 것인가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이 소리를 가졌다면
새처럼 저 홀로 노래부를텐데
컵에 담아둔 물이 저 홀로 노래 부르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물은 꼭 계곡을 흘러갈 때만 노래를 불렀습니다.
계곡이 깊을수록
물이 부르는 노래도 맑고 곱습니다.
6월의 계곡에 들어서면
계곡의 물소리엔 녹음이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6월엔 푸른 녹음이 물소리 속으로 뛰어들어 그렇습니다.
나는 그냥 계곡을 내려가는 물소리에만 귀를 맡기고 있어도
서너 시간을 족히 보낼 수 있습니다.
물이 엮어내는 선율은
때로 섬세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계곡을 내려갈 때
물의 노래는 계곡의 폭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며
때로는 높아지고, 또 때로는 낮아집니다.
가까이 가면 물의 노래는
우리들을 그 노래 속으로 완전히 삼켜버립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물을 옴팍 뒤집어 쓴 듯
온몸이 시원해 집니다.
때로는 음을 나누어 이중창을 선물할 때도 있죠.
하지만 어느 음이 어느 물줄기의 노래인지 구별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사가 완만하면 물의 노래는 재잘되는 지저귐으로 바뀝니다.
나는 또다시 묻게 됩니다.
물의 노래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물은 깊이를 얻으면 그때부터 노래를 잃습니다.
나는 깊고 푸른 강이 노래부르는 것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물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오직 돌틈과 바위 사이를 헤집고 계곡을 내려갈 때 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물의 노래는 그 절반이 바위의 것입니다.
내가 사랑의 노래를 부를 때, 나는 물의 운명이 됩니다.
내 노래는 내 것이면서 동시에 당신의 것입니다.
나는 살면서 평생동안 사랑의 노래를 부를 때는
깊이를 버리고 계곡을 내려가는 물이 되겠습니다.
8 thoughts on “물의 노래로 엮은 사랑 연서 – 소백산 천동계곡에서”
사진에서 음악이 들리는데요. 뭘..ㅎㅎ
전 음악 들으면서 사랑을 느끼는 걸요. 짜릿하게.
제가 지금껏 해온 음악이 저 계곡 물소리의 흉내에 지나지 않은것 같습니다. 그나마 저 물소리를 조금이라도 닮았다면 더 없이 기쁘련만…
사진찍을 때 제일 아쉬운게 음악이예요.
사진에 소리를 담을 수 없으니 말예요.
할 수 없이 사진찍고 그때의 느낌은 글로 쓰는데
그때마다 많이 아쉽더라구요.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아주 곱디 고운 하얀천이 흐르는것 같아요…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듯…좋은 밤 되시길..^^
권양도 좋은 밤 되시길.
꿈속에서 계곡의 물에 발담그고 귀에 한가득 물소리를 들으며 달콤한 밤을 보내시길.
물줄기가 아니라 그림같군요.^^
저기 앉아 삶의 시름을 잠시 잊고싶어지네요.ㅋㅋ
산도 좋지만 계곡도 참 좋은 것 같아요.
특히 그 물소리는 하루 종일 귀에 담아도 질리질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