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물위에 누워 잠이 들었다.
바람이 잠이 들자
그 가슴이 깊숙한 곳까지 투명하게 열렸다.
그 잠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무들이 그림자를 내려 바람의 품에 자신을 묻었다.
나무는 그렇게 바람의 품에 조용히 안겨 있었다.
나무는 평온했다.
바람이 잠에서 깨자
나무는 더 이상 바람의 품에 안겨 있을 수 없었다.
물위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바람의 발자국만
무수히 찍히고 지워지고 있었다.
나무는 그저 바람의 발자국만 지켜보며
다시 바람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는 바람이 잠들었을 때만
그림자를 내려 그 품에 들 수 있다.
나무들은 알 수가 없었다.
바람이 나무 그림자를 안고 달리고 있다는 것을.
2 thoughts on “바람의 잠”
바람이 바람을 피지 않고 있네요.
반영이 일상 다반사인줄 알았는데
렌즈를 통해 보면 그마저 참 드문 풍경이 되데요.
바람기를 재울려면 건빵 속에 든 별사탕이 효험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실험은 해보질 못했습니다.ㅋ
똑같은 곳인데 약간의 흐린 날씨와 바람이 잠잠하면 어찌도 그리 풍경이 다른지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바람이 그림자를 지운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묵여두는 동안 감각이 좀더 세련되게 다듬어 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