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 갈 때 버스를 두 번 바꿔탄다.
상일동에서 112-2번으로 한 번 갈아타고
팔당대교를 건넌 뒤에 다시 한 번 갈아탄다.
팔당대교를 건너자마자 내려서
하팔당 마을이란 이름을 가진 버스 정류장에서
양수리 가는 버스를 탄다.
167번이나 2000-2번이 간다.
정류장 이름엔 마을이 붙어 있지만
사실은 길만 중첩되어 늘어선 곳이다.
예봉산쪽으로 바짝 붙어서 철로가 흐르고 있고,
그 바로 옆에 옛길이 흐르고 있으며,
그 옆에는 팔당대교로 타고 오르는 길이 있고,
또 그 옆에는 새로난 넓은 길과
팔당대교로 오르는 또다른 길이 있다.
모두 다섯 개의 길이
예봉산 산자락과 한강의 물줄기 사이에서
나란히 어깨를 걸고 늘어선 곳이다.
모두 어딘가로 가기에 그렇게 바빴는지
마을은 아예 지워져 버리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는 길만 남은 곳이다.
이제 마을은 정류장의 이름만으로 남은 그곳에서
나는 항상 양수리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무려 다섯 개의 길이 어딘가를 향하여 달리고 있는 그곳에서
나는 항상 버스를 기다린다.
정류장 옆 전봇대 아래쪽에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린 사람들의
무수한 기다림들이 있다.
가끔 누군가 그 기다림을 깨끗이 청소해 놓는다.
그럼 또 기다림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