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컴퓨터는 맥을 쓰는데
가끔 PC, 그러니까 윈도 머신을 한 대씩 사기도 한다.
처음 윈도 머신을 샀을 때, 설치하러온 사람이 그랬었다.
그때가 윈도95 시절이었는데 윈도는 OS 까는 것도 큰 기술이라고.
나중에 직접 깔아보니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맥은 그냥 애플에서 나오는 기계밖에 없다보니 깔면 그것으로 끝인데
윈도는 사정이 그렇질 않았다.
부품이 수만가지라 적절한 드라이버를 찾아내 설치해 주어야 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오면서 윈도도 그런 과정들을 어느 정도 자동화한 것 같다.
알아서 맞는 드라이버를 파악하고 깔아주기 시작한 것이라고나 할까.
물론 그래도 수동으로 잡아야 하는 부분은 더러 있었다.
대표적으로 요즘도 사운드는 잘 잡히질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경우보다 더 복잡한 경우가 있다.
바로 윈도 머신에 맥 OS를 까는 경우이다.
지난 해에 아이맥을 하나 샀지만
그녀가 일할 때 쓰다보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나도 아이맥을 하나 장만하기에는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다.
하지만 한번 써본 최신 아이맥의 그 빠른 속도는
현재 내가 쓰고 있는 맥 G4의 체감 속도를 뚝 떨어뜨려 놓았다.
아이맥을 한 대 갖고 싶은 욕망은 굴뚝같고 돈은 없다는 것이
나의 답답한 현실이었다.
그런데 집에 2007년 10월에 사서
거의 변환기로밖에 쓰지 않는 윈도 머신이 하나 있다.
CPU는 코어2 쿼드 2.4GHz,
여기에 메모리는 4기가, 라데온 HD2600XT 그래픽 카드가 장착된
매우 훌륭한 기계이다.
아이맥이 생긴 뒤로 이 훌륭한 기계는 더 천대를 받아오고 있었다.
아이맥 자체에서 윈도도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윈도 머신을 켜야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는 맥의 느린 체감 속도에 슬슬 열을 받다가
갑자기 이 윈도 머신에 맥 OS를 깔아서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기에 이르렀다.
하드를 두 개 구입했다.
640GB와 500GB 짜리였다. 13만원 가량 들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윈도 머신에 맥 OS를 깐 사람들의 얘기를 읽어보다 안되겠다 싶어
16GB짜리 USB 메모리 스틱도 하나 샀다. 5만5천원가량 했다.
그리고 작업 들어갔다.
1. 첫번째 시도는 USB 스틱을 이용하여 리테일 버전을 까는 것이었다.
나의 맥에 USB 스틱을 꽂고 인스톨러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윈도 머신에 그 USB 스틱을 꽂고 시동을 했더니 시동은 되었지만
장착된 하드를 아예 인식하지 못했다.
2. USB 스틱에 들어가는 인스톨러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다.
이제 장착된 새로운 하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640GB의 하드에 리테일 버전으로 깔았다.
사과 마크만 나오고 더 이상 진전이 되질 않았다.
USB 방식은 포기했다.
3. 10.6.2가 깔리는 해킨토시 DVD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구웠다.
DVD로 시동하여 까는 방식이라 방법은 맥과 비슷했다.
하지만 선택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았다.
끝에 가서 꼭 에러가 났다.
에러가 좀 빨리 나면 시간이라도 아낄텐데 마지막에 가서야 에러가 났다.
포기했다.
4. 10.5.6이 깔리는 ideneb 배포판 DVD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구웠다.
성공적으로 깔렸다.
프로그램 깔고 좀 쓰다보면 멈춘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멈추는 것 같다.
디스크 유틸리티에 자꾸만 해당 하드가 빨간 글씨로 불량이라고 들어온다.
5. 같은 시스템을 다른 500GB의 하드에 깔았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하고자 하드를 두 개로 파티션 했으며,
10.5.8까지 업그레이드를 했다.
완벽하게 아주 잘 돌아간다.
불량 하드는 전화했더니 택배로 보내면 교체해서 다시 보내 준다고 한다.
아마도 20번은 깔고 지우고를 반복한 것 같다.
보드에 있는 인터넷 포트를 잡지를 못해
할 수 없이 옛날에 쓰던 이더넷 카드를 꽂았다.
그건 잘 인식을 한다.
지금이라면 한방에 깔 수 있게 되었지만
그 한방에 까는 순간의 기술을 습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컴퓨터 자체가 속도가 빠르다 보니
한번까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았다.
20분 정도면 깔아치운다.
그래도 마지막 성공의 순간까지 가는데 거의 3일이 걸렸다.
지난한 설치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빠른 맥 환경을 옆에 두게 되었다.
물론 원래의 윈도 환경도 그대로 있다.
다만 원래의 윈도 환경으로 돌아가려면
시동 때 바이오스를 좀 변경해야 한다.
이제 원래의 내 맥은 글쓰는 용도로 사용하고,
힘겨운 일들은 모두 새로운 맥 환경에 떠넘겨 놓았다.
아주 작업 환경이 좋아졌다.
어렵게 설치를 했지만 사실 설치와 사용은 별개의 문제이다.
설치를 잘하는 사람이 사용도 잘하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난 사실 설치보다 사용에 더 관심이 많고
사용자로 누리는 즐거움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설치는 설치로 끝이다.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승부욕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어
그 과정에서 누리는 성공의 즐거움이 크다.
컴퓨터는 여러가지로 즐거움을 준다.
우선은 사용하는 것이 최종적인 즐거움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사용하도록 설치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설치 이전에는 설치를 원활하게 돕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경우에도 각종 인스톨러와 패치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전으로 갈수록 즐거움을 누리는 인원은 점점 소수로 정예화된다.
그렇지만 설치는 성공하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사용의 즐거움은 무궁무진하다.
설치를 못하면 사용도 없는 것이긴 하지만
설치했다고 잘 사용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컴퓨터의 세계에는 각자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6 thoughts on “설치와 사용”
해킨토시의 세계가 있었군요.^^
PC에서 맥을 돌리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일을 만들었군요.
아이맥 만은 못하지만 아주 쓸만합니다. 이제 평상시에는 이걸로 작업하게 될 거 같습니다. 윈도로 돌아가는 것도 귀찮아서 맥 안에다 윈도도 깔았는데 그것도 잘되더군요. 50만원짜리 델 미니에 까는 방법도 있던데 아주 솔깃한 측면이 있어요. 10인치짜리 맥을 갖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끌릴 수밖에요. 현재 사용중인 맥의 속에 장착된 내장 하드를 외장으로 돌려서 그때그때 이리저리 옮기면서 작업할까 생각 중입니다. 그럼 정말 두 대를 켤 필요가 없어지거든요.
배포판 쓰다보면 프로그램 잘못 깔거나해서 패닉난적이 몇번 있었거든요 ㅎ 리테일로 하니깔끔하고 좋아요 ㅎ 데네브 쓰시다가 다시 삽질신공으로 리테일로 가세요! ㅎ
언제 너한테 부탁해야 겠다. 3일 동안 신경썼더니 무지 피곤하더라.
저도 ideneb 10.5.6 으로 먼저 시도를 한다음 보드에 맞는 boot132를 만들고 찾기를 거듭하다 외국 해킨토시 커뮤니티에서 제 보드에 맞는 132를 찾아 리테일로 설치했어요 리테일로 설치하는도중 사과마크는 뜨는데 설치중 패닉이 뜨고.. 그 패닉 읽어가면서 설치하는 그 재미란! ㅋ 리테일이 써보니깐 해킨본보다 안정되고 좋더군요 그리고 인텔 스피트스텝과 c1e 바이오스 메뉴에서 꺼주면 바닐라커널을 사용할수 있답니다!
ideneb 배포판도 무지 안정적인거 같다. 그래도 가끔 에러가 난다. 맥만큼 안정적이진 못한 듯. 결론은 매우 쓸만 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