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받이 있는 의자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17일 서울 천호동의 커피빈에서

나는 등만 가졌어.
보통 등은 마주하면
등을 돌리고 있는 법이지.
나는 등만 가졌으니
항상 등을 돌리고 사는게
원래의 내 운명이었는지도 몰라.
그랬다면 아마 나는 크게 슬펐을 거야.
생각해봐.
등을 돌리고 사는 삶이란게
얼마나 외롭고 슬프겠어.
그래서 난 그 운명을 버렸지.
그리고는 네가 나를 찾아오면
언제나 내 등을 너의 등에 바짝붙이고
너를 안아주는 것을 내 운명으로 삼았어.
나는 등만 갖고도
너를 안을 수 있었고,
너는 내가 네 등인양
너를 내게 맡겼지.
평생 등돌리고 살 운명에 던져졌지만
난 용케도 그 운명을 빠져나가
네가 찾아올 때마다 너를 안았어.
너를 안고 있으면
난 너의 체온을 나누어 받을 수 있었지.
너는 항상 내게 등돌리고 있지만
난 한 번도 네게 등돌리는 법이 없지.
나는 등돌릴 수밖에 없는 등의 운명이 정말 싫었고,
그 운명을 넘어서고 싶었거든.
너의 등이 되어 너를 안고 노닥거리는 시간 속에
사실은 내 운명을 넘어선 나의 삶이 있는 셈이지.
그래서 난 언제나 등돌리고 앉는 네가 서운하지 않아.
넌 내가 나를 넘어서도록 해준 존재이기도 하니까.
그러니 힘들 때는 내게 와서
내게 등을 기대고 쉬다가 가도록 해, 언제든지.

4 thoughts on “등받이 있는 의자

  1. 콩다방, 별다방, 팥다방, 맥다방…..
    보다는 오래된 다방에서 만나는 온몸을 감싸주는 의자가 좋더라구요.
    쉬어가기도 좋고요.

    흐음… 저랑은 용도가 화악~ 다른가 보네요 ^_^;

    1. 쉬는 데야 옛날 다방이 최고지만 요즘 어디 네트웍이 끊기는 고립감을 견딜 수가 있나요. 그러다 보니 스타벅스를 찾게 된다는. 물론 그게 싫어서 가끔 다 털어내고 산으로 가기도 하지만요.

  2. 커피빈 의자 좋은데요.
    탁자는 조그맣고, 쿠션 없는 나무 의자는
    30여 분 정도를 맥시멈으로
    손님 회전 목적을 알맞게 이룰 것 같네요.

    1. 아무리 그래도 의자의 불편함을 감내하고 개길 수가 있는데 결정적으로 Wifi가 잘 안돼요. 여기가 홈플점인데 Wifi는 오히려 지하1층이 잘되서 그냥 지하1층 휴게실에서 인터넷을 하곤 합니다. 스타벅스는 Wifi 하나는 잘되는 거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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