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엔 작은 틈밖에 없었다.
손가락 하나도 들이밀기 어려운 작은 틈이었다.
틈이 작아 방안의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다.
바깥을 서성거리던 시선을 그 틈 사이로 집어 넣었다.
손가락 하나도 들이밀기 어려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간 시선은
방을 가로질러 가더니 그곳의 창 앞에 섰다.
격자 무늬의 창이 그곳에 있었다.
항상 틈은 좁다고 생각했는데
좁은 틈이란 없었고
내 시선이 틈으로부터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을 뿐이었다.
틈의 바깥을 서성거릴 때는
방안의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으나
시선을 가까이 대고 틈을 파고 들었더니
방 건너편 창의 격자 무늬를 볼 수 있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우리는 마음의 좁은 틈을 탓하며
바깥을 서성거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을 읽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가 열어준 문이 아니라
틈 가까이 들이미는 우리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6 thoughts on “틈과 거리”
들이대 정신이 쓸만할 때도 언제 있을까 하는 의문을 종종하곤 했는데
요런 경우에 필요하다는 걸 배웁니다.
가끔 기계의 힘에 대해서 놀라곤 합니다.
멀리있는 것을 코앞으로 당겨줄 때도 그렇고
좁은 틈 사이를 비집고 초점이 들어갈 때도 그렇고…
우와 저 좁은 틈으로 들어가서도 기어이 초첨을 맞춰내는군요….
작고 좁은 틈에서도 소중한 사랑이 이루어지듯이….
사랑은 공간이 좁을수록 더욱 뜨거워지죠.
틈을 화두로 시선, 서성거림, 파고 듬, 대인관계 등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십니다.
누군가 방안에서 108배인가를 하고 있었어요.
그냥 보면 전혀 알 수가 없었죠.
그런데 카메라는 초점을 수동으로 돌려서 틈새 사이로 집어 넣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사이로 집어넣어 초점을 방안까지 가져가 보았더니
절하는 사람의 윤곽이 잡히더라구요.
가까이 가서 틈으로 들여다보면 사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할텐데
카메라 덕에 멀리서 시선을 방안으로 넣을 수 있다 보니
틈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사진 찍으면서 카메라 특유의 기능 때문에 얻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