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는 아주 오랜 시간
거의 미동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혹시 저게 진짜 왜가리가 아니라
나무로 만들어 세우고 색을 칠해 놓은 것은 아닐까
슬슬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가리는 거의 박제에 가까웠다.
한 마리의 식사감을 위하여
왜가리는 박제가 아닐까 하는
나의 의심도 개의치 않고
꼿꼿하게 굳은 자세로 수면을 응시하는
그 긴 시간을 견디고 있었다.
하긴 우리도 그렇다.
그냥 살아남기 위하여
제 속을 다 긁어내고
박제처럼 우리 속의 생명 마저도 내놓는다.
왜가리나 우리나 산다는 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왜가리, 네가 박제된 몸짓으로
한 마리의 물고기를 노릴 때,
우리들 또한
우리들 속을 모두 긁어내고
박제처럼 살아가고 있다.
네가 물고기를 노리는 동안
나는 네가 움직이길 기다리며
박제처럼 굳어진채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너는 한 발을 떼며 네가 박제가 아니란 걸 증명하고야 말았다.
그걸 보고서야 나는 그 자리를 떴다.
한 발에 네가 살아있듯
나도 그저 한 발의 걸음에 내가 살아 있다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4 thoughts on “왜가리의 사냥”
순간적으로 박제된 기분으로 읽다 한 걸음 옮겼습니다.^^
iami님도 살아나셨습니다. ^^
꿈쩍않고 있는 외가리 “내 당신의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리라… ”
이스트맨님 “저녀석 외이리 꼼작않는 거냐! 얼른 날아봐라 당장에 샷질을 해줄테다…”
사랑은 그렇게 속모르고 서로를 위해주는 거~ ㅎㅎㅎ
이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는.
박제가 되어 버린 왜가리를 아시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