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의 국수역에서 내려 청계산을 오르는 길에
산자락 아래서 마을 하나를 만났다.
걷는 길가에 마을에 대한 소개가 있다.
걸음을 멈추고 마을 소개를 읽어본다.
마을의 이름은 정자리이고
마을에 정자가 있어 그리 불리게 되었다고 얘기해준다.
마침 마을 한켠으로 들어온 버스에서 내린 아주머니에게
저기 저 마을이 정자리인가요 하고 물었더니
아주머니가 그렇다고 확인을 해주고는 마을로 향하던 걸음을 계속 이어간다.
오늘 정자리 마을엔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있고
마을이 뒤쪽으로 이고 있는 산 위의 하늘엔
구름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그렇다면 혹시 마을의 집은 사람들이 사는 집이고
하늘의 구름이란 영혼들의 집인가.
살아있는 사람들은 집짓고 마을에 모여살고
죽은 영혼들은 가끔 지상에 살던 그 시절의 마음을 부풀려
하얀 구름의 집을 짓고
마을 위의 하늘에 마을을 이루기도 하는 것인가.
그러다 그 마음 슬쩍 지우고
다시 까마득한 푸른 하늘 저 끝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그런 날 우리의 마음도 부풀어
죽은 자들과 한번 마주하는 것인가.
죽음의 길이란 혹 그런 것인가.
영영 사라지는 것 같아도 사실은
가끔 하늘에 하얗게 집을 지어
푸른 세상에 마을을 차리고
잠시 우리의 마음이
그 마을을 거닐기도 하는 것인가.
4 thoughts on “마을과 구름”
그러니까 생사가 잘 어울어진 맑은 풍경이군요…ㅎ
사진 찍으러 다녀보면 이런 풍경 만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대부분은 흐린 날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흰구름 많은 날씨 좋은 날은 재수가 참 좋다는 느낌이 들곤 해요.
저희는 청계산에서 내려올 때 정자리 방향으로 오곤 했습니다.
저는 이 마을을 여러 번 보면서도 전경을 담을 생각은 못했는데,
한눈에 아는 마을이 들어오니 새롭네요.
마을과 산, 구름이 잘 어우러니까
한폭의 그림이 되는 마을이더군요.
흐린 날이었으면 카메라가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