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는 건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절에 있는 건물 가운데 하나였어.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
시계 하나가 걸려 있었고
시간은 두 시를 향해 가고 있었지.
그리고 구석으로 빗자루 하나가 세워져 있었어.
넌 무엇을 상상했어?
혹 두 시가 되면
어김없이 나와 빗자루를 손에 잡고
조용히 주변을 쓸고 다시 들어가는 스님?
난 아니야.
난 우선 킥킥 웃었어.
내 상상 속에선 스님이 문을 나와
빗자루를 손에 잡더니
혹시 보는 사람이 없나 주변을 살폈어.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빗자루에 올라타더니 하늘로 날아올랐지.
하늘을 한 바퀴 돌고온 스님은
착륙할 때 약간 삐끗해서 엉덩방아를 찢었어.
그렇지만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어서
그냥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는 것으로
간단히 뒷정리를 할 수 있었지.
그리고는 시침을 뚝떼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렸지.
건물도 절의 건물치고는 좀 이상하지 않아?
아마도 중세의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좀 과도하게 날다가 이곳에 불시착을 한게 틀림없을 거야.
그런데 그만 이곳의 부처님한테 반해 개종을 하고 스님이 되었겠지.
모든 것을 다 버렸지만
딱 하나, 빗자루 타고 하늘 나는 그 재미는 버리질 못한 걸거야.
상상의 끝에서 난, 거의 내 상상을 믿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음에 가면 숨어서 잠시 버텨볼 생각이다.
4 thoughts on “절과 빗자루”
헉, 저도 그 상상을 거의 믿기 시작했는데요…
그 마녀는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를 닮았어요.ㅎㅎㅎ
모습까지.
혹시 벌써 본 건 아니겠쥬. ㅋㅋ
일용직 청소아주머니들이 저런 곳에서 식사도 하고 잠도 자고 그러다가 일하러 나오죠
먹고 살기 힘든 스님들이 일용직 청소스님들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어 기거하시지는 아닌지…
그 병원의 화장실 사진이 저 곳에 겹쳐졌군요.
상상의 발목까지 잡는 더러운 한국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