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은 싸늘한 체온을 가졌지.
그 싸늘한 체온 때문에 언제나 냉기가 돌아
절대 가까이 할 수 없을 것만 같았지.
하지만 그들도 북극에 살 때는 한 때 행복했었지.
그 싸늘한 체온을 서로 나누며
어깨를 걸고 거대한 하나가 되어 살 수 있었기에.
부등켜 안고 하나가 되면
싸늘한 체온마저도 따뜻했지.
게다가 그곳은 더 없이 안전한 곳이기도 했지.
도시는 그렇게 살 수가 없는 곳.
도시로 온 뒤로 얼음은 뿔뿔히 흩어져
냉장고의 밀폐된 공간 속으로 몸을 움추리고
격벽으로 차단된 좁은 방 속에서
그저 기계가 내주는 냉기로 호흡을 연명해 갈 뿐,
어느 얼음과도 부등켜 안을 수가 없었지.
가끔 살다보면 운명은 목숨보다 더 모진 법.
얼음은 어느 날,
향기로 먼저와서 코끝을 자극한 커피에게
마음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지.
그는 펄펄 끓는 뜨거운 체온을 갖고 있었지.
그러니 사랑은 어림도 없는 법.
하지만 얼음은 단번에 알 수 있었어.
둘이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둘은 한눈에 넘어가 서로를 부등켜 안았지.
둘은 서서히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지.
얼음은 분명히 알게 되었지.
저의 싸늘한 차가움이
홀로 남겨진 얼음의 쓸쓸함이 묻어난 체온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또 알게 되었지.
제 몸의 체온을 내주며 포옹했을 때
뜨거운 커피와 누리는 시원함이
바로 사랑의 온도라는 것을.
그렇지만 운명은 가혹했지.
눈앞에서 부등켜 안고 뒤섞이는 사랑이 눈꼴시었는지
도시의 년놈들이 커피만 쪽 빨아먹고 얼음만 남겨놓고 말았지.
그 뒤로 얼음의 남은 생은 하염없는 눈물 뿐이었지.
눈물은 짠 법이지만 얼음은 염분마저 말라
눈물이 그저 밍밍하기만 했지.
그래도 사랑의 흔적은 지워지질 않아
밍밍한 눈물 속에 희석된 커피향이 엷게 남아있었지.
**얼음이 안전한 곳은 북극이란 얘기는
트위터에서 @pippiyaho님과 대화를 주고 받다 그 생각을 얻었다.
pippiyaho님을 난 삐삐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7 thoughts on “얼음과 냉커피”
자야되는데 시원한 냉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졌네요.
커피나 음식은 정님이 한 경지에 오르셨을 거 같기는 해요.
아이스는 이가 시려서 못먹는 뜰기.
하지만 뜨뜻한 커피의 잔향은 즐기는 뜰기
하지만 시원하게 사약같은 커피를 마시면 배가 슬슬 아파온다는..ㅋㅋ
커피와 얼음의 사랑을 갈라놓았다는 죄책감 때문?
전 커피는 따뜻하나 시원하나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요.
제가 좋아하는 건 환타.
촌스럽다고 놀림 받으면서도 놀러가면 꿋꿋하게 한병 사먹습니다.
뜰기님~ 방가방가 ^^*
가까운 곳에 커피숍에 생겨서 좋다.
근데 조용히 책읽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야.
얼음 잔뜩 들은 커피 한잔 하고 싶다.^^
소곤소곤 떠들면 책도 읽을 수 있겠더라…
목소리 높인 연예 통신이 좀 피곤하게 하긴 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