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출발하자
당신들이 모두 지워져 버렸습니다.
당신들은 속도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지만
내 눈앞에선 그 속도가 당신들을 지우고 있었습니다.
일찌감치 그 속도의 품을 벗어난 당신들 중의 하나가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걸어가는 것도 속도였지만
그 정도의 속도로는 당신들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당신들은 속도에 자신을 내놓고 지워지면서 어디론가 가선
당신들을 지우지 못할 걸음걸이로 다시 당신들을 되찾고
터덜터덜 걸어서 또 어디론가 갈 것입니다.
당신들은 지하철 정도의 속도에 지워지고
걸음걸이 정도의 속도로 당신들을 되찾으며
지워짐과 되찾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2 thoughts on “속도에 대하여”
지하철의 일상을 보고서 이렇게 깊은 글을 낳으셨네요
지워짐은 빠르게..되찾기는 걸음걸이로…참 맞아요!
잘 읽고 갑니다^^
오래전 사진인데… 쓴다쓴다 하다가 이제서야 결국 썼어요.
어디 갔다오다가 지하철 바꿔타려고 앉아있던 순간이었어요.
항상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니니까 생각날 때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