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가지와 늦은 오후의 햇빛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2월 5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빈가지처럼 보이지만
사진을 찍을 때 내 시선을 가져간 것은
사실은 나무에 걸려있는
늦은 오후의 하얀 햇빛이었다.

나무가 없었다면
햇볕은 파랗게 산화되어
하늘 속 저 먼 곳으로
아득하게 사라졌을 것이다.

당신도 그렇다.
당신은 빛처럼 내게 온다.
내가 없었다면
당신은 내 마음 속에서
늦은 오후의 햇볕처럼
하얗게 빛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그냥 빈가지로 텅비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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