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거리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8월 31일 인천공항에서
귀국

함께 살 때
딸은 나가고 들어왔다.
바다 건너로 멀리 떨어지게 되자
딸은 이제 떠나고 돌아온다.
나가고 들어올 때도
하루나, 길면 며칠의 시간이
딸과의 사이에 가로놓이고
또 가까이는 학교까지, 때로는 여행길에 올라 더 멀리까지
거리를 벌렸다 좁혔다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감각이 무뎌
그 시간과 거리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살 때
아무리 들고 나도 그냥 무덤덤이다.
그러나 떠나고 돌아오게 되면
딸과의 사이에 오랜 시간과 먼거리가 가로놓이고
그 순간 딸과의 사이에 놓인 시간과 거리는
곧바로 우리에게 감지가 된다.
그러면 우리는 알게 된다.
이제 딸과의 사이에 가로 놓인 시간과 거리가
그리움으로 발아가 된다는 것을.
때문에 그때부터 우린 못견디게
딸이 보고 싶어지고 만다.
그 그리움은 보내고 난 그 순간부터 벌써 시작된다.
그래서 오늘 보냈는데
딸을 보내고 돌아온 그녀가 말했다.
“벌써 다시 보고 싶다.”
가까이 두고 있어
매일매일 무덤덤하게 지나치고 있다면
딸들에게 감사하시라.
함께 하는 딸은 그냥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의 싹이 발아되지 않도록
시간과 거리를 지워주고 있다.
그리움은 발아가 되면 대개 사람을 힘들게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9월 7일 인천공항에서
출국

10 thoughts on “시간과 거리

  1. 아~ 문지가 벌써 일본으로 돌아갔군요
    그런데 제가본 문지는 예쁘기도하지만 가슴이넓은아이라 걱정이 필요없지요
    나중에 아마도 대한민국을 빛낸 훌륭한 성인이 되겠지요
    아참 그날은 누추한곳에 방문하시어 지대로 대접도 몬하고 ㅎㅎ
    잘들어갔는지요 저도쪼매 막걸리에 취해서리
    언제한번더 시간내서 함께하시지요.

    1. 무신 그런 말씀을.
      그날 정말 융숭한 대접을 받았는 걸요.
      그 막걸리 정말 맛있더구만요.
      담에 저희가 몇병 사가지고 가겠습니다.
      담엔 그 앞에 흐르는 냇물 소리 들리는 곳으로 내려가
      물소리에 곁들여 한잔 하시자구요.
      물도 흐르고 술도 흐르고 우리 얘기도 흐르면 정말 꿈같을 것 같아요.

  2. 따님이 오셨다가 가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보여주시네요.
    따님에게 집중해 주는 동원님은 멋진… 괜찮은 아빠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지 못하죠 ^^)

    <매일매일 무덤덤하게 지나치고 있다면 딸들에게 감사하시라. 함께 하는 딸은 그냥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움의 싹이 발아되지 않도록>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1. 대부분의 아빠들이 사진이 취미가 아니니까요.
      저는 사진이 취미라서.

      가끔 남들이 모르는 행복을 제가 아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딸을 멀리 떨어뜨려 놓고 살다보니 딸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실감한다는.

    2. 다른 뜻으로 말씀드린 거 아닌데 오해하셨나봐요..
      대부분의 아빠들이 마음은 있으되 잘 실천하지 못한다는 그런 말씀을 드린 건데요..^^

      매일 와서 글이랑 사진 보았습니다
      바닷가에서 점프하는 모습
      일부러 껑충 뛰며 순간을 담는… 그 마음이 잔잔한 감동이던데요..

    3. 아이구 오해는요, 뭘.
      저도 세상의 모든 아빠들이 같은 심정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답니다.

      일년에 같이 지내는 시간이 며칠 되지 못하는지라 같이 있을 때 별걸 다해보려고 하는 거 같아요.
      아마도 매일 같이지내면 저도 그냥 무덤덤하게 하루하루를 넘기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하루하루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이예요.
      가장 가까이 있는 많은 행복에 대해서랄까.

  3. /시간과 거리를 지워주고 있다/
    어머나…이런…. 출국한 따님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합니다
    남에 일 같지 않아요 저도 아이들이….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참으로 얼마간은 두 분의 마음이…

    1. 열흘이나 이주 동안 있는다고 해도 며칠 차이가 아닌데 일주일과는 엄청난 차이인거 같아요. 이번엔 유난히 잠깐 왔다가 간 느낌이예요. 방학 때마다 보고 또 간간히 인터넷으로 얼굴보는데 아직은 가고 나면 우리 마음이 텅 빈 것 같네요.

    2. 도토리님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어졌어요.
      헤어져있음 홀가분 할 것 같은데 머리속 안테나는 늘 딸에게 더 집중해서 맞춰지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어요.
      아마도 혼자 내버려둔 것 같아서 그런거겠지요.
      헤어지지말고 늘 같이 있었음 좋겠어요.
      딸의 독립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예요.^^

    3. forest님 안녕하세요? 그 마음…알듯해요
      저도 지난 겨울에 막내가 동계훈련갔을때 첨으로 20일 떨어져 있었는데요…그게 참…..
      물론 지금은 운동 그만 두었지만요^^;;
      따님이…참 이쁘고 귀국할때 모습은 의젓해요
      저도 따님이 건강히 잘지내길 기도중에 기억할께요!
      이름이…문지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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