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1학기 성적이 나왔다.
인터넷으로 확인이 된단다.
같이 좀 확인하자고 했더니 자신이 먼저 들여다보고
부모님이 감당할만한 성적인지 확인을 한 뒤에 보여주겠단다.
성적을 확인하더니 아주 좋아한다.
성적이 다 나왔단다.
우리도 들여다 보았다.
C가 있다.
그런데 C가 나왔다고 유난히 좋아한다.
좀 이상한 것 같아서 C가 좋은 거냐고 물었다.
성적이 안나올 줄 알았는데 C가 나왔으니 아주 좋은 거란다.
기대도 안했는데 성적이 나오면 C도 행복이 된다.
딸은 A+도 있지 않냐는 얘기도 잊지 않고 곁들였다.
난 아무래도 내년에 아이 가르치려면
돈을 좀더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도 그다지 성적에 개의치 않더니
대학 때도 그 버릇은 여전하다.
사실 딸의 이런 당당함은
나로선 가장 부러운 점의 하나이기도 하다.
성적표를 내놓고 좋은 소리를 하나도 못듣고 자랐던 나는
어떤 성적이 나와도 성적표를 내놓을 때면 항상 주눅이 들어 있었다.
딸은 그런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
이번에 왔을 때는 손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도 하나 들려있었다.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딸 속엔 예전의 딸도 있지만 새로운 딸도 함께 보인다.
제 삶을 스스로 열어가고 있는 것이리라.
10 thoughts on “C의 행복”
C학점 구경 처음이시죠? 우리 후배시네ㅋㅋ
전 속이 쓰리더만요.
C학점은 취업서류심사에서 탈락이나라 뭐라나 하는 말들이 있는 시대니 말이죠.
울딸 너무 쿨해서 그런 얘기를 해줘도 안먹히더라구요.
그런 회사를 뭐하러 들어가.. 요렇게 나오신다는.
따님이 대인배시네요.
저는 B만 받아도 심장 멈출뻔했는데..
저도 동원님 따님처럼 제 딸내미가 성적에 크게 개의치않게 키우고 싶어요.
그나저나, 이제 무척 아쉬우실텐데…
올 때는 기쁨 주고 갈 때는 아쉬움 남기고.
대인배에 저도 한표 ㅎㅎㅎ
딸아 두 표나왔다.
기념으로 담에 오면 쌍쌍바 사주마.
그래도 담엔 A+로 행복하자꾸나.
엄마 아빠가 A와 B고, 따님이 C인 줄 알았어요.^^
학점 인플레 시대를 살면서 동시대를 우습게 여길 줄 알고,
그런 딸을 기꺼이 부러워하는 가족의 웃음소리가 들리네요.
나중에 취직하면 정신없이 일해야 하기 때문애
대학 때 실컷 놀아야 한다는 굳건한 신조를 갖고 계시답니다. ㅋㅋ
하하하
c 나왔다고 좋아하는 거
이거 완전 선수치는 건데요…
미리 좋아해야지 엄마 아빠가 멍해지고 그 멍해진 틈을 타서 정당함을 역설하는 수법..ㅎㅎㅎㅎ
수업을 몇 번 빠졌다더군요.
친구들과 노는 재미를 더 중요시하고 있더라구요.
하긴 저도 수업 제끼고 놀러간 적이 몇 번 있기는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