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좀 뜸한 편이지만
한때는 참 한강에 자주 나갔었다.
집을 사고,
전의 집주인이 물려주고간 자전거가 생긴 이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한강에 나가곤 했었다.
2004년 8월 21일에도 나는 한강에 나갔었다.
그날은 걸음을 좀 멀리 잡아
내 동생 은미의 사무실이 있는 마포에 갔다가
걸어서 마포나루와 상암동의 월드컵 공원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었다.
점프의 흔적.
돌을 던지고 찍은 사진이 아니다.
물고기들이 점프를 해서 위로 솟아 올랐다가
다시 물로 들어갈 때 생긴 흔적이다.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장면을 생생하게 찍어보고 싶었지만
어디서 튀어오를지 알 수가 없었다.
보기는 한 다섯 마리 정도 보았다.
우리는 아래로 다이빙을 하는데 물고기들은 위로 다이빙을 한다.
물에선 속도의 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
속도의 줄, 그것은 우리들로 하여금
물을 시원하게 가르며
물 위를 달릴 수 있도록 해준다.
속도의 줄을 놓치면
물에선 균형을 잡을 수 없다.
곧바로 몸이 기우뚱거린다.
물위에선 멈추면 안된다.
물위에서 멈추면 우리는 곧바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건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물의 품에 안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물의 품에 안기고 싶다면
사실은 속도를 버리고 물 속으로 가라앉아야 한다.
성산대교 다리의 위로는 차들이 지나다닌다.
그런데 차 위에 또 차가 있다.
차 위의 차는 달리는 법이 없다.
차의 등에 업혀 그날 가고자 하는 거리를 날로 먹는다.
제트 스키.
왜 제트 스키라고 부를까 궁금했는데
정말 제트기처럼 빨랐다.
꽁무니로 하얀 물줄기를 칙칙칙 뿜어 올리며 달렸다.
물결과 함께 춤을.
갈매기의 서울 상경.
갈매기에게도 두 가지의 삶이 있다.
하나는 짧고 높게 나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낮게 멀리 나는 것이다.
높게 날면 멀리 보인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 뭘 모르는 소리다.
낮게 멀리 날면
시야에 잡히지 않는 저편 아득한 곳까지 가볼 수 있다.
수상 스키는 이제 좀 밋밋한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보는 사람의 눈에나 밋밋할 것이다.
타는 사람은 여전히 재미날 것임에 틀림없다.
보는 것과 직접해볼 때의 느낌은 큰 차이가 있다.
한낮의 분수는 하얗다.
빛이 투명할 때 부서지면 물은 하얗다.
(월드컵 공원)
한밤의 분수는 빛에 물든다.
그래서 빛이 바뀌면 그때그때 분수의 색도 바뀐다.
연인들은 분수대 앞에 앉으면
물을 물로 보지 않고
자신들을 위한 감미로운 음악쯤으로 여긴다.
그러니까 연인들의 앞에서 분수는
물이 솟는 것이 아니라 달콤한 음악이 솟는 것이다.
음악은 나름대로 감상법이 있게 마련이다.
가령 Rock 음악은 리듬에 맞추어 몸을 좀 흔들어야 제맛이라 할 수 있다.
분수가 뿜어내는 음악 또한 특별한 감상법이 있다.
이건 둘이 부등켜 안고 들어야 한다.
카메라의 셔터를 15초 동안 열어놓고 찍었다.
눈을 15초 동안 깜빡이지 않고 있으면
밤의 분수가 이렇게 보일까.
해봤더니 눈만 뻑뻑했다.
가로등은 야행성이다.
때문에 밤에는 절대로 조는 법이 없다.
그러나 밤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졸린다.
가로등은 졸음을 참기 위해
시냇물에 제 모습을 비추고
밤새 자신과 속닥거리며
그 즐거움으로 밤을 샌다.
9 thoughts on “한강 어슬렁 거리기 – 마포나루와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서”
좋으시겠어요. 자전거로 한강을 자주 갈수 있다니..^^
저 갈매기는 엄청 오랜 여행 끝에 한강에 도달했겠죠?
대단하다..^^
인천에서부터 올라왔겠죠.
팔당 정도까지 가는 것 같아요.
팔당에서도 본 적이 있는 것 같거든요.
물고기는 좀 시원할까요…?
^^;;
물고기한테 여름 한철은 천국이 따로 없겠죠.
동원님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블로그가 Firefox에서는 좀 이상하게 보이네요.
어제 날새고 오후에 출근했더니.. 몽롱한게 더위 먹은 거 같네요. 아침에 퇴근하고 저녁에 출근하고..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회사가 더 시원하네요. 집사람한테 좀 미안하지만..
펄뜩이는 물고기처럼.. !! JUMP!! JUMP!! 다이빙이 아니라 점프하는 겁니다. ^_^;; 비가 오려고 하면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광경을 어렸을 때 많이 봤는데..
웹호스팅을 이용하는데 아무래도 그 서버가 영 신통칠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운영하는 내부 서버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거기서만 그렇거든요. 웹호스팅이라 그냥 설정해준 대로 써야하기 때문에 뭘 어떻게 고쳐달라고 할 수도 없고…
조금 있다 서울에 갑니다.
도착하면 오후 5시쯤 되겠군요.
사람들과 한강이 보고 싶어서 갑니다.
이 글을 볼 수 있을까 모르겠네.
시간되면 얼굴보게 연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강은 아직까지 엉망진창인데…
지난 장마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한지…
서울 나들이 잘 하셨나요?
어제 잠시, 아주 잠깐이지만 얼굴 봐서 반가웠어요.
그동안 더 멋있어지셨더군요.
아무래도 좋은 일이 있으신 듯^^
시간이 많지 않아서 많은 얘기 못나눈 점 아쉬웠어요.
다음에 만나면 많은 얘기도 나누고
원철샘이랑 만난거 먹으러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