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궁금한 내가 묻는다.
나: 이게 거들이란 거야?
그녀: 음, innerwear라고 할 수 있겠지.
나: 그럼 니가 지금 인어라는 거야?
옛날의 여자들은 밑에서 억눌려 살고 있었다.
그래서 옷을 입어도 underwear를 입어야 했다.
지금의 여자들은 모두 인어가 되었다.
그래서 요즘 여자들은 더이상 underwear를 입지 않는다.
요즘 여자들은 innerwear를 입는다.
—
그녀가 인사동 나갔다가 바지를 하나 샀다.
나는 그것을 일러 펭귄 바지라 불렀다.
바지의 다리 길이가 두 뼘 정도밖에 되질 않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허리가 무릎 아래쪽으로 내려와 있는 바지였다.
그 옷이 위아래로 조화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윗옷을 이것저것 맞춰보다 내게 묻는다.
그녀: 이거랑은 어때?
나: 괜찮네, 뭐.
그녀: 자기는 내가 뭘 입어도 괜찮지, 뭐.
나: 그럼. 하나도 안입어도 괜찮은 걸, 뭐.
입으나 안입으나 괜찮은 건 분명한데
나는 그래도 안입은 쪽을 더 괜찮다고 생각한다.
입은 경우에는 사실 느낌이 들쭉날쭉하지만
안입은 경우에는 확실하게 일관성이 있다.
(2010년 10월 25일 월요일)
2 thoughts on “Innerwear와 옷 맞춰입기”
옆에서 거들어줘야 입을 수 있어서 거들이라고 할지도…
인어공주는 인어웨어를 입은 건가요, 안입은 건가요?
순간 헷갈리네요.
전 입으면 건들지 못하는 건줄 알았어요.
인어공주는 입고, 그밖의 공주들을 좀 의심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