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 진보신당 사진 동호회 진상 두번째 사진전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2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올가을은 유난히 볼 것을 많이 찾아다니며 풍성하게 보내는 것 같다.
모두 아는 사람들이 있어 발길을 들여놓게 되었다.
전시는 인사동이나 예술의 전당을 찾아나서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겠지만
그 전시회에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전시회의 느낌이 더욱 풍요로워진다.
작품에 대한 충족감을 작품만으로 채우면
그 익명의 충족감은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러다 작가를 알게 되어 그 작품 곁에 그를 나란히 세우고 작품을 들여다보면
이상하게 작품에 대한 느낌이 갑자기 넘치도록 충만해진다.
작품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작가몫의 자리가 있다는 얘기이리라.
화가의 전시회, 성미산 마을의 사진전과 오페라 공연,
간송미술관의 가을전시회, 도예가의 전시회를 거쳐
이번에는 사진전을 찾았다.
진보신당의 사진 동호회인 <진상>의 두번째 사진전이다.
지난 해 첫번째로 열렸던 사진전 때도 구경을 갔었다.
그때도 시간보다 일찍 나가 창경궁에서 사진을 찍다가 사진전을 구경했다.
이번에도 시간보다 일찍 나가 사진을 구경하고,
대학로 뒤쪽의 낙산공원에서 사진을 찍다가 사람들을 만났다.
사진전의 주제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다.
4대강 삽질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 있고,
기술이 바뀌면서 사라진 옛것들, 가령 옛시절의 레코드판에 대한 향수가 있다.
출품자 중 내가 아는 분은 해를 그리며이다.
나는 줄여서 그냥 간단하게 해님이라고 부른다.
세상 사람들에게 불릴 때의 그는 박종무이다.
해님은 왕십리와 금호동의 재개발 현장을 사진에 담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오랜 세월 쌓여왔으나
이제는 뭉개져버리고 있는 삶의 추억들을 많이 아쉬워했다.
작은 크기로 인화해놓은 사진을 공짜로 나누어주고 있다.
전시장 한켠에선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사라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적어서
붙여놓을 수 있는 행사도 함께 펼치고 있다.
결혼한지 석달밖에 되지 않은 또다른 아는 얼굴을 만나
함께 저녁먹고 술도 한잔 걸쳤다.
가을밤 속에서 얘기들이 즐겁게 오고 갔다.
생각해보니 올가을 내가 전시회에 가서 만난 분들은
한 분을 빼놓고는 모두 인터넷에서 활동하다 만난 사람들이다.
내게는 인터넷이 좋은 사람들의 온기를 실어다 주었다.
덕분에 올가을은 유난히 풍성하게 보내는 것 같다.
작품만으로 채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들의 온기를 함께 채워주고 있는 가을이다.

Photo by Kim Dong Won
해를 그리며(박종무)의 작품
2010년 10월 2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전시회: 진보신당 사진 동호회 <진상> 두번째 사진전
전시 기간: 2010년 10월 23일(토)~10월 26일(화요일)
전시 장소: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통로
관람료: 없음

그리고 그 날의 우리들…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10월 23일 서울 동숭동의 대학로 뒷골목에서
사진보고, 사진찍고,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한잔하고
이제 집으로 가는 중

12 thoughts on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 진보신당 사진 동호회 진상 두번째 사진전

  1. 사진보다 감상평이 훨씬 좋습니다.
    이것을 꿈보다 해몽이라고 하던가요? ㅎ
    귀한 시간 내어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꽃 한송이는 정말 very very Thank U~~~~~~~~~~ 입니다.

    1.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한 것 뿐이예요.
      더하지도 빼지도 않아요.
      사진도 크게 보니까 훨 좋더라구요.
      그래도 현장감에 좀 가깝다고나 할까.
      좋은 자리 마련해준거 고마워요.

  2. 부지런도 하시고 아내를 사랑하시고 평론도 섬세하게 잘 하시고
    얼굴은 체게바라이고 사진기도 최고급이고
    사람들이 안 좋아할 수가 없겠네요.
    동원님 사람좋다고 소문이 쫘아아아아악 나버렸네요.
    진보신당 꼴통전 아니 진상전 ㅎ
    가봐야되는데 못갔네요. 해님한테 미안네요…ㅎ

    1. 아니 왜 갑자기 얼굴 화끈 거리는 얘기를.
      사진기 얘기만 맞고 다 틀렸네.
      어쨌거나 우리는 만나서 어느 집 안방에서 술을 마셨다는 거 아니겠어요.
      방이 꽉차서 할 수 없이 그 집 안방을 차지했다는.

  3. 낙산이라면 어린시절부터 자란 제 고향동네 바로 윗동네죠.
    그 꼭대기에 펄럭이던 깃대봉이 있었는데, 아주 어릴적부터 그곳이 어찌나 가고 싶던지…..
    초등학교 때 기어코 꼭대기에 올랐던 기억이 선합니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아쉽게 깜박이지요….

    1. 가끔 시골보다 이런 도시 뒷산이 더 좋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한밤중에도 어슬렁거리며 놀 수 있으니… 낮시간에서 풀려나 즐기는 그 밤의 자유라니..

  4. 네…^^ 고마워요 일좀 보고…저녁에 가려구요
    박노해전시회가 마지막날이라서 거그 갔다가 혜회역 들려서 오려해요
    소책자가 있군요^^
    아… 플샘과 함께 하시는 오블모임…어머…저야 좋지요
    감사해요~

    1. 이번 가을이 유난히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거 같아요.
      전시회갔다가 간만에 전화하는 즐거운 시간도 가졌죠.
      밥맛없는 명바구 패거리들 때문에 암울하기도 하지만 좋은 분들이 많아 또 세상 살 맛 찾을 수 있는 세월이기도 하군요.

  5. 아…좋은 사진전이네요 저도 보고 싶어지네요
    /가령 옛시절의 레코드판에 대한 향수가 있다./
    이런 향수..그립죠..저는 기계치라서 자꾸 너무 빨리 좋아지는 다양한 성능의
    기계들이 무섭거든요 사용방법을..익히기가…
    내일까지군요…음…
    혹시 여기 전시된 사진들로 만든 사진화보집도 있던가요?
    이제는 허물어져간 건물을 기억하고 그리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어서요…
    지하철역내여서…전시당번이 안계실듯 한데요…
    정말 저의 전시회에 오셔서 얼마나 반갑고 행복했던지요
    저역시…불특정다수의 관람객도 고맙고 그렇지만
    블러그에서 댓글로 소통하던 분들을 만나니 기쁘고 반가웠어요*^_^*

    1. 작은 소책자가 있었는데 그건 공짜로 주더라구요.
      전시 당번이 항상 있는 거 같아요.
      창경궁이랑 낙산공원이 가까워서 겸사겸사 그것도 구경하면 아주 좋을 듯 싶어요.
      담달 모임에 얼굴 한번 비춰주시면 자연스럽게 반가움을 이어가실 수 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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