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생명감으로 세상을 덮었다가
갈색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을의 풀밭은
평화롭고 고요하다.
삶을 거두는 자리에서도 저렇게 평화로울 수 있다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그러나 그 고요 속 어딘가에서 삶과 죽음이 엇갈린다.
가을빛으로 위장을 하고 몸을 숨긴 사마귀 한마리가
그 풀밭 속에서 식사감을 노리고 있었고
잠시 풀밭에 앉아 휴식을 취하려던 잠자리 한마리가
결국은 사마귀의 아귀에 물리고 말았다.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가을 풀밭 속에
생과 사가 엇갈리는 요란한 몸부림이 있었다.
풀밭은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였으나
그곳에도 먹으려 안간힘을 쓰는 몸부림이 있었고
또 먹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몸부림이 있었다.
두 몸부림이 뒤엉켜 잠시 풀밭이 요동쳤다.
한참 뒤 그 몸부림이 가라앉고 나서야
다시 풀밭은 평화로워 졌다.
풀밭은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몸부림과 평화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6 thoughts on “풀밭 속의 생과 사”
우리 사는 속세에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어느 순간 무섭게 변하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죠.
요즘은 쥐새끼가 고양이를 먹는 시대니까요.
잠자리는 잠자리모텔이라는 이름이라도 남겼으니 위대했습니다.
설마 그 옆에 사마귀 모텔이야 없겠지요? ㅋㅋ
요즘 인터넷에 숨은 고양이 찾기, 숨은 올빼미 찾기가 유행이라던데
쟤네들도 엄청 꽁꽁 숨어있네요.. 한참 찾았습니다…^^;;
사마귀가 여름 때 색하고 가을색이 다르더라구요.
여름엔 연두빛인데 가을에는 완전 갈색.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찾기가 어려웠어요.
언듯보면 영락없는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였어요.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겠지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저는 그런 말씀을 드리기엔 너무나도 나약한 사람이네요 하하하
그래도 잠자리들끼리는 안싸우니까요.
우리도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지나 말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