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촛불을 키워보기로 했어.
새장에 넣어서.
새를 키우면 갇히지만
촛불을 키우면
가두어 놓아도 얼마든지 새장을 빠져나가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을 것 같거든.
가두어 놓아도 가둘 수 없는 새,
나는 그 모순의 새를 키워보고 싶었어.
촛불은 갇혀있는 듯 해도 어느 새 새장을 빠져나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 버릴 거야.
그리고 세상을 마음껏 돌아다니다가
아침이면 환하게 밝은 아침창을 두드리며
집으로 돌아올지도 몰라.
그러면 지난 밤 까만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몰라.
촛불이 그 별들까지 날아갔을지도 모르니 말야.
그리고 그 밤에 배운 별들의 노래로
아침 나절의 우리들을 깨우는 거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어둠은 아닌 것 같아.
환한데도 어두운 한낮의 어둠이 나를 힘들게 해.
빛을 가장한 어둠들이지.
하지만 촛불을 키우고
그 촛불이 새장을 빠져나가 어둔 세상을 날아다니다
환한 아침으로 돌아오는 날,
나는 환해도 어두운 이 세상을 견뎌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 날 난, 아마도 문득 깨닫게 될지도 모르지.
내가 별의 노래라고 생각했던 촛불의 노래가
별처럼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힌
이 땅 집집의 빛을
조금씩 거두어 온 것이란 사실을.
2 thoughts on “촛불 키우기”
마지막 구절에서 울컥했습니다.
꺼진 촛불도 다시 보게 만드셨다는…
나무님 집에서도 별을 밝히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