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은 적막하다.
스님들의 수행이 그곳의 주가되면 더 말할 것이 없다.
그 때문에 절에 들어서면
시인 조용미가 말했던 대로
“적막은 참식나무보다 저수지보다 더 오래된 이곳의 주인이다”라는 시구절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그곳의 종 또한 하루 종일 적막을 키운다.
나무와 쇠가 서로를 마주한채
입을 다물고 있는 그 둘을 보면
서로를 벽으로 삼은 면벽의 참선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다 저녁이 오면
스님의 손에 이끌려 나무둥치가 범종의 허리에 핀 연꽃에 부딪고
그러면 산속은 그 은은한 울림으로 그득 찬다.
물론 절에는 바람이 흔들고 갈 때 마다 울리는 풍경소리가 있다.
그 소리는 경쾌하고 가볍다.
그 가벼움은 마치 산들바람처럼 귓가를 간지럽히고 지나간다.
그러나 범종의 울림은 우리의 온몸을 감싼다.
그 소리는 울리고 있으나 조용하다.
세상을 조용히 울리며 가득채우고 싶다면
온하루의 적막으로 울림을 키울 일이다.
절이 저녁마다 범종의 울림으로 산을 그득 채우는 것은 그 뜻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