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과의 대화: 남산식물원에서

남산식물원의 입장료는 500원이다.
주머니를 뒤져 100원짜리 동전 4개와 50원짜리 동전 2개를 모은 뒤 그곳을 들어갔다.
햇볕이 하늘의 한가운데를 지나 서쪽으로 반쯤 기울어 있었다.
유리창을 비스듬히 통과하는 빛 속에 선인장이 모여있었다.

음, 나선의 본능. 빨려든다
(자천지)

아마도 오랜 옛날
별 하나가 사막으로 불시착했음이 분명하다.
그 별이 뿌리를 내리고 너를 키웠을 것이다.
(용월)

기대면 정말 네가 나를 찌를까.
솜털같은 감촉을 꿈꾸며 한동안 바라보았다.
(금황환)

모두가 제 몸의 한 귀퉁이에서 꽃을 피울 때
너는 몸 전체로 꽃이 되고자 했다.
(비목단)

음, 가르마를 방사형으로 따보았는데 어떤가요?
(금호)

우리는 몰려드는 것일까
흩어지는 것일까
때로 정반대의 것이 똑같은 모습으로 한자리에 있어
질문을 던지고도 전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선인장의 꽃은 대체로 화려하다.
때로 그 화려함이 아픔을 화려함으로 덮으려는 안간힘으로 와닿는다.
그때면 아름다움은 애처롭고 슬프다.

꽃은 그냥 보는 것이다.
손을 뻗어 꺾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욕망의 손을 거두고 아름다움을 눈으로 호흡하라.
가시가 그 끝을 날카롭게 세우며 그렇게 속삭였다.

개나리와 나의 노란꽃이 어떻게 다른지 아시나요?
개나리가 경쾌하고 발랄하게 톡톡 튀어오르듯 핀다면
나는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을 낳을 때처럼 온힘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라오.

사람들이여, 한순간의 가시밭길을 탓하거나 힘들어하지 마시라.
나는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내내 가시밭길을 내 삶의 또다른 이름으로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나는 선인장이란 내 숙명의 이름을 한번도 버린 적이 없다.

4 thoughts on “선인장과의 대화: 남산식물원에서

  1. 통통이/그런 견해가 식물학적 견해이다. 즉 가시를 식물의 자기 보호 기능으로 보는 것이다. 가시가 있으면 새들이 선인장을 파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식물학적 견해를 상처받기 싫어하는 인간의 방어 본능과 연결한 발상은 훌륭하다. 그런 시각을 계속 키워가면 언젠가 득도하여 하산할 수 있다.

  2. 선인장은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가시가 밖으로 나온걸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무심코 가시에 찔렸던 적이 있는데 가시옷을 입은 선인장의 속살은 엄청 부드러운 수분덩어리였다. 그 속에 어떻게 그 많을 수분을 감추고 있는지…
    하여 선인장은 자신이 상처받고 싶지 않아 온몸에 상처를 내고 가시를 피었을 것이다. 부드러운 제 속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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