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높을 때면
하얗게 낮빛을 바꾸며
그 아득해 보이는 절벽을, 거의 턱밑까지, 거침없이 뛰어올랐다.
부서진 하얀 포말이 파편처럼 흩어졌다.
그러나 파도는 곧바로 그 하얀 낮빛을 거두어 들이며
그가 발돋음하던 원래의 자리로 다시 미끄러져 내려갔다.
파도는 하루 종일 그 삶을 반복하고 있었다.
우리도 종종 살다보면
세상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진다.
파도처럼, 세상에 부딪쳐 부서지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파도처럼, 언제그랬느냐는 듯이, 그 상처를 거두어들이고
바람이 잔잔한 날,
절벽의 아래 자락에서 가볍게 일렁이며
하루 종일 평화를 호흡하던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One thought on “파도 앞에서”
제주도의 주상절리 같네요.
파도가 센 날이었나보네요.
멋지게 담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