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하남시에 사시는 85세의 할머니가 제주도로 놀러갔습니다.
뭍의 할머니는 제주도의 민속마을에서 섬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뭍의 할머니는 민속마을을 돌아보다
잠시 부엌으로 들어가는 문옆에서 다리를 쉬었습니다.
뭍의 할머니는 카메라가 다가가면
늙은 것을 찍어서 무엇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과 함께 곧바로 포즈를 취하시곤 했습니다.
카메라는 할머니가 포즈를 취하기 전의 웃음을 찍고 싶었습니다.
카메라의 소원대로 되었습니다.
뭍의 할머니가 섬의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서로 반가웠습니다.
카메라가 다가가니
뭍의 할머니는 신발을 벗고 섬의 할머니 옆으로 단정하게 앉아
카메라에 시선을 주셨습니다.
자꾸 어릴 적 나의 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그 아이가 그 아이 같더니만
세상의 할머니는 모두 내 할머니 같았습니다.
카메라는 할머니 얼굴의 푸근함 속에
계속 머무르려 했습니다.
뭍의 할머니를 보내고
섬의 할머니는 그 자리에 계속 앉아계셨습니다.
섬처럼 앉아계셨습니다.
섬이 푸근했습니다.
2 thoughts on “두 할머니 이야기”
저는 진짜 김동원아저씨의 왕팬이에요. 너무 좋은 글, 감사하게 잘읽고 갑니다.
저는 신지씨 사진이 좋더라구요.
사진에서 풍겨나오는 그 자유의 느낌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우리 세대가 그 자유가 많이 부족하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그 자유에 주목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