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로 쓴 사랑 연서

장미의 비밀 중 하나는 그것에 사랑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꽃들도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랑을 싣는데 있어 장미를 넘어설만한 꽃을 찾아내기는 쉽지가 않다.
물론 장미에 앞서 그 꽃에 실어보낼 사랑이 먼저일 것이다.
가끔 장미 다발로 사랑을 호도하려는 자들이 있으니 그 점은 주의하고 경계해야할 일이다.
어쨌거나 절정으로 치닫는 5월의 장미에 사랑을 실어보았다.

Photo by Kim Dong Won

당신이 이 집에 오는 날,
내 오랜 기다림을 모두 붉게 피워
당신을 장미의 이름으로 맞겠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당신의 기척이 저기 골목길을 돌아설 때
이미 내 마음은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당신의 모습이 보이자
내 마음은 우르르 문밖으로 몰려나가고 있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당신이 문을 열고 뜰을 들어섰을 때
당신은 장미의 품, 아니 내 품에 안긴 것이었습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어제는 비가 마당을 훑고 지나갔습니다.
빗줄기의 흔적이 물방울 보석으로 남았습니다.
물론 당신의 것입니다.
이 보석은 곧 햇볕이 거두어 가겠지만
당신을 향한 내 붉은 마음은 그대로 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내가 얘기했던가요.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 매일매일 새롭게 피어난다는 것을.
오늘 새롭게 내민 봉오리진 마음도 당신의 것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때로 당신이 보고플 때면
나는 목이 길어 더욱 슬픈 장미가 되기도 합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오늘은 유난히 하늘이 푸릅니다.
당신이 온 날의 들뜬 내 마음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그냥 아무 말없이 이렇게
당신과 얼굴을 맞대고 있기만 해도 좋습니다.
당신의 눈이 내가 누을 호수라는 전설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Photo by Kim Dong Won

오호, 당신.
장미를 꽃이라고 생각했나요?
장미는 과실이랍니다.
사랑으로 영글면 장미는 과실이 됩니다.
주렁주렁 영글죠.

Photo by Kim Dong Won

당신이 나를 만날 때면 항상 건네주던
그 아름답다는 헌사는 이제 거두어 주세요.
내게 있어 아름다움은 언제나 당신의 몫입니다.
내 아름다움의 비밀은 그저 당신에 대한 제 사랑일 뿐입니다.
그 사랑이 저의 아름다움을 키우니
당신은 제 아름다움의 진정한 주인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당신을 맞을 때와 마찬가지로
보낼 때도 장미의 마음으로 당신을 보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당신을 보내는 내 마음은
여전히 붉습니다.
누군가는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자신의 사랑은 그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지만
그 정도는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내 사랑은 5월을 넘기고 6월까지는 갈겁니다.
그 뒤로도 스러진 꽃의 뒤에서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은 한동안 그대로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당신이 사라진 골목의 어귀를
내내 바라보았습니다.
다음에 당신이 올 때,
내 이파리 풀풀 날려
골목의 어귀부터 붉은 주단으로 깔려 있거든
그것은 당신을 마중나간 내 마음입니다.

11 thoughts on “장미로 쓴 사랑 연서

  1. 우와~ 너무 감사해요. 해상도도 높고…
    정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 사진들 제가 그냥 써도 되는건지… ^^a 잘 쓰겠습니다. 꾸벅

    그리고 그 사람 저 아니예요. 결혼계획도 없고, 머 제가 결혼한다고
    좌절하실 분도 아니계실듯 합니다. 하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꾸버덕~

  2. ^^ 자주 오고싶어서 링크했답니다.
    좋은글을 사진과 더불어서 읽는다는건 큰 기쁨이거든요.^^
    밑에서 네번째 장미사진 다시봐도 아름답네요.^^

  3. 동백꽃 사진 있죠.
    년초에 누군가 곧 결혼한다고 하여 결혼하지 않은 맥주 남자분들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던 것 같은데 그게 혹시 아키님 아니었나요…
    동백은 모두 한송이 사진 뿐이예요.
    http://kdongwon.mine.nu/ttp/winterflower/
    능동 어린이대공원의 식물원에서 찍었어요. 제 컴퓨터에 있는 것이라 제가 맥을 꺼버리면 접속이 되질 않습니다. 그냥 원본을 올렸어요. 유용하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4. 참, 혹시요.
    동백꽃 사진있으세요?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 그래서 온통 붉게 물든 장면 같은거요.
    작업하는데 동백꽃 사진이 필요해서 당장 급하지는 않지만
    알아보는 중이거든요.
    있으시면 좋겠네요. 그럼 또 들릴게요~

  5. 연애편지 잘봤어요.
    글과 함께 보는 사진인지, 사진과 함께 보는 글인지…
    중요치는 않겠지만 멋지십니다. 이스트맨님의 풍부한 감수성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네요.

    다음에 또 들릴게요~ 좋은글, 좋은사진 많이 보여주세요

  6. 근데 링크를 해준 것은 제가 감사해야할 일 같아요. 미리 감사를 드려야 하는데 링크란 것을 그냥 글을 퍼가는 것으로 잘못 생각해서…
    정식으로 감사 인사 드려요.
    링크해 주셔셔 감사합니다.

  7. 링크하셔도 됩니다.
    가을소리님의 블로그에서 시에 대한 사랑을 보고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요즘은 영 사람들이 시를 읽지 않아서…

  8. 글을 쓰시는분이신가요 아님 사진작가신가요?
    사진보다 글이 더 좋다고하면 사진에게 미안해지고.^^
    ps:이곳을 제 블로그에 링크시켜도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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