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유하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윈드 서핑 매니아라면 바람부는 날이면 한강에 가야 한다고 말을 바꿀 것이다.
작은 보드에 몸을 싣고 균형을 잡으며 바람을 가르는 맛도 그만이겠지만
가끔 뒤뚱거리는 몸을 그대로 방치한채 강의 품에 안기는 것도 큰 즐거움일 것이다.
남들 윈드 서핑하는데 왠 한가한 보트 놀이냐구요.
꼭 그런 건만은 아닙니다.
그 분의 정체는 선생님.
물 위에선 이렇게 옆을 따라다니며 가르쳐 주죠.
어느 경우에나 그렇겠지만
초보자는 발밑의 불안을 안정시키는데 급급하고
고수는 멀리 그가 가야할 목표 지점에 시선을 맞춘다.
그러나 윈드 서핑에선 발밑으로 시선을 두는 것도 또다른 재미이다.
어차피 가야할 곳도 다 같은 강이니까.
고삐를 틀어쥐고 균형만 잘 잡으면
바람이 등을 밀어주고 물살이 길을 열어준다.
윈드 서핑을 할 때면 바람이 음악이다.
그 음악에 스텝을 맞추면 윈드 서핑은 함께 추는 춤이 된다.
저 화려한 빌딩과 그곳에서의 삶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던가.
하지만 저 빌딩의 사람들에겐 오늘 이 강 위의 사람들이 부러움의 대상이리라.
윈드 서핑에는 나이가 따로 없다.
지금 윈드 서핑은 손님을 싣고 순항중.
요금은 손님의 즐거움으로 대신 받습니다.
때로 이렇게 보트의 구조를 받기도 한다.
나는 도대체 언제 구조해 주는 거야.
물에 빠진 돗대를 일으켜 세울 때면
종종 대어라도 낚는 기분이다.
넘어지면 이렇게 일으켜 세우면 됩니다.
삶 또한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는 것을 배웁니다.
어어어어어, 넘어간다.
그녀는 잠시 물보라를 남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이고, 이게 도대체 오늘 몇번째야.
후, 나는 열손가락으로 꼽는 것은 포기했어요.
그러나 물에 빠져도 즐겁기만 하다.
스키에서 넘어지는 것이 기본이라면
윈드 서핑에서 물에 빠지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아니 물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즐거움 속으로 풍덩하는 것이리라.
꼬리에 꼬리 물기 놀이.
2 thoughts on “바람부는 날이면 한강에 가야 한다”
그날,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인 5월 21일에는 무슨 윈드 서핑 대회를 하는 것 같더군요.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부는 날엔 하는 일 제쳐놓고 한강으로 달려오는 사람들 같았어요.
나한테 사진만 찍지 말고 직접 해보라고 권하기까지 하더군요.
그나저나 그 예쁜 딸들은 잘 크고 있죠? 쌍둥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항상 행복하시고, 하시는 인터넷 쇼핑몰도 잘 되시길.
안녕하세요 이스트맨행님!
예전에 고딩때 윈드서핑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몸무게도 많이나가고…균형잡기도 뭐하고..
그래도 애들 데리고 함 타러 가보고 싶네요..
조만간 렌즈땜에 전화 함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