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랑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할 때면
그것이 두 가지의 믿음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이르곤 한다.
당연히 그 두 가지의 믿음 중 하나는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사랑이라 말할 수 있으랴.
그러나 그 믿음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사랑은 가장 손쉬운 사랑이다.
힘겨운 것은 나머지 하나의 믿음이다.
그것은 바로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이다.
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손쉬운 것은
그것이 나의 것이기에 내 스스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지의 여부는 내 스스로 알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녀도 과연 나를 사랑할까.
가끔 의문이 여기에 이르면 나는 그 대답을 자신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녀가 대답할 일이며,
나는 그녀의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녀도 나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확신하면서도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에 대해선 흔들리고 있지 않을까.
바로 그 시점이 내가 사랑이란 두 가지 믿음으로 엮여진다는 생각에 이르는 순간이다.
그 하나는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믿음이며,
그것은 내 안의 확신으로 자리를 잡는다.
또 다른 하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는 믿음이며,
그것은 말 그대로 맹목적 믿음으로 그 자리를 확보한다.
맹목은 위험한 것이긴 하지만
그 정도의 위험도 없이 어찌 사랑을 입에 올릴 수 있으랴.
나는 오늘도 내 사랑의 반쪽은 그 맹목적 믿음으로 쌓아올리고 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