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힘든게 먹고 사는 일 같다.
종종 딸아이에게도 그런 말을 하곤 한다.
–아빠가 공부하면서 밤을 샌 적은 한번도 없는데, 학교 졸업하고 회사일 하면서 밤샌 경우는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나의 그녀는 요즘도 거래처에 가서 밤을 새곤 한다.
그녀는 그 삶의 힘겨움을 일이 끝나고 나면 집안 청소로 달래는 것 같다.
나는 그녀와 달리 사진으로 그 힘겨움을 달랜다.
2004년 11월 13일의 메모에도 나는 사는게 힘들다고 적어놓고 있다.
그날 나는 낙엽들과 눈맞추며 한순간 그 힘겨움을 잊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낙엽의 대화
–은행잎: 나는 하늘만 쳐다보면 노래지더라.
–단풍잎: 나는 하늘만 쳐다보면 왠지 얼굴이 붉어져.

나랑 같이 Finder라는 인터넷 사진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아울러 예쁜 딸을 둔 주부이고,
또 좋은 사진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곤 하는 수아님(sua104)은
이 사진을 보고 또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은행은 하늘을 어려워하고 단풍은 하늘을 사랑하는가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파랗다고 다 바다는 아니더라.
야호, 소리를 지르며 뛰어내렸건만…
–어이쿠, 바다가 얼어붙었군.

Photo by Kim Dong Won

몸을 누이면 어디나 이렇게 푸근한 것을.
더구나 어깨에 어깨를 걸고 함께 누으면 더더욱 푸근한 것을.
사람들이여,
겨울 추위를 가을 추억이 선사한 이 푸근함으로 잠시 잠깐 견디면서 이겨가시길.

Photo by Kim Dong Won

세월의 끝자락에 섰건만
나는 한창 때의 그 아름다움을 놓질 못하겠어.

장미의 집착이 이해가 간다.
너무 아름다우면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도 강하다.

2 thoughts on “낙엽 이야기

  1.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수북히 쌓인곳에 누워보고싶어요.
    하얀눈위에 누워보는것처럼 기분좋을것같거든요.^^
    눈에선 나지않는 향기도 그윽할것같고.^^

    1. 근처에 가나안 농군학교라고 있는데 거기서 찍었죠.
      사진을 보니 그날 그곳에서 무슨 행사가 있었는데 갑자기 사진찍기로 해준 사람이 오질 않아서 제가 급하게 대신 갔었던 것이더군요.
      원래 오기로 했던 사람은 개막 행사가 다 끝나고 세미나 시작할 때쯤 헉헉 거리며 나타났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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