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서해에서 보낸 여름 휴가의 추억

그녀가 종종 전화를 걸거나 받으면서 안부를 확인하고 사는 절친한 친구들이 있다.
영옥이와 선애이다.
결혼전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이제는 그녀의 친구이면서 또 내 친구이기도 하다.
몇년에 한번 정도 그 세 가족이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곤 한다.
최근에는 강원도 영월의 내 고향에서 함께 휴가를 보냈다.
그리고 2002년에는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안면도의 삼봉해수욕장에서 휴가를 함께 했었다.
사실 그때 나는 영옥이 남편 종명씨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내려갈 때 차에 싣고 간 자전거를 타고는
태안 일대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래도 날 이해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첫날 저녁의 단체 사진.
앗, 나도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삼봉 해수욕장의 새벽 풍경.
밤은 색을 갖고 있다. 짙은 검정이 밤의 색이다.
새벽의 색은 푸르다.
한낮은 모든 색을 세상에 돌려주고 저는 색을 갖지 않는다.

Photo by Kim Dong Won

바다가 들어왔다 나갔다.
촉촉히 젖은 소라의 등은 바다가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았음을 일러준다.
나는 프리랜서라 출근이 없는데
매일 출근하는 것도 생각하기 따라선 낭만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처럼 들어왔다 나가는 것이니까.

Photo by Kim Dong Won

조개가 저를 버렸을 때
조개의 삶이 텅비어버린 것이 아니라
빛이 한가득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나는 가끔 이상한 상상을 한다.
바다 바람이 시원한 것은 지금은 엎어져 조용히 있지만
조개가 밤새도록 부채질을 하여
바람을 식혀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하나보다 둘이 아름답다.
그래서 둘이 같이들 사나보다.

Photo by Kim Dong Won

배도 두 척이 같이 길을 가니 보기가 좋다.
그래서 둘이 함께 삶의 길을 가는가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햇볕이 입자라는 물리학의 가설이 있다는데
혹 이런 사진이 그것의 증거가 되지는 못할까.
나는 가끔 물리학의 이론들을 들여다보면서
그것에서 과학의 삭막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낭만을 느낄 때가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불꽃놀이를 할 때 아이들에게 제가 좋아하는 글자를 쓰라고 했다.
아이들은 무엇을 썼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인화해 보니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형상을 빚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 속에 아름다움이 들어있나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나의 그녀 기옥이와 영옥이네 딸 영현이.
둘이 갯벌에 앉아 무슨 얘긴가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갯벌에 둘의 이야기가 스며든다.
몇년 뒤 이곳을 다시 찾으면 고이 간직해둔 그때의 이야기를 갯벌이 다시 꺼내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추억이란 참으로 소중하다.
추억이 없으면 낯설지만
추억이 서리면 다시 찾은 그곳이 따뜻하기만 하다.
추억은 쌓여 삶의 온기가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나의 그녀

Photo by Kim Dong Won

올라오는 길은 영옥이네 가족과 함께 올라왔다.
같이 사진 한장 찍었다.
앗, 또 내가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나의 그녀 기옥이와 우리 딸 문지.
둘 덕분에 나는 사랑을 배운다.

6 thoughts on “그 해 여름 서해에서 보낸 여름 휴가의 추억

  1. 종종 들러 올려진 사진과 글들을 보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행복함과 여유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더 부러운 것은,
    사진 기술과 각각의 사진에 대한 부연 설명인데요.
    어쩌면 그렇게도 사진과 너무 어울리는 글을 쓰실 수 있는지…

    모쪼록 사진과 글, 자주 자주 올려주십시오…

    1. 말씀 고맙습니다.
      오늘 밤쯤 이달치 일이 끝날 것 같네요.
      내일은 사진찍으러 어디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벽같이 나가봐야죠.

  2. 친구들 가족이랑 참 즐거운 한때셨네요.^^
    저희집도 겨울여행에 친구가족이랑 간적 두번있는데
    해산물사다가 콘도에서 끓여먹고 노래방가고 날은
    살을에이듯 추웠지만 신났었지요.^^
     
    저 배 두척있는 사진은 정말 너무도 그윽하고 아름답네요.
    저런 풍경을 보면서는 무슨 대화들이 오고갔을지.^^
     
    저때는 따님이 어렸었네요?
    아이들은 어쩌면 그리도 쑥쑥 자라는지..
    저도 큰아이(초5) 머리를 묶어주면서 새삼 세월의 흐름을 느끼곤한답니다.
    요즘은 제가 올려다보면서 머릴 묶어줘야하거든요.

    1. 저때는 우리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아요.
      배를 찍을 때는 혼자 찍었던 것 같아요.
      석양을 찍는다고 혼자 나갔던 것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3. 예쁜 문지… 지금도 예쁘고 그때도 예쁘고…ㅋㅋ

    친구란 참 좋은 것이다. 언제든 만날 수 있고 또 추억할 공통의 화제거리가 있고…
    친구들이 모두 행복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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