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진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찍고 난 뒤에 사진에 관한 메타 정보가 빠짐없이 남는다는 것이다.
어떤 렌즈로 찍었는지,
거리는 어느 정도였는지,
조리개는 얼마나 조이고 찍었는지 등등
수십가지의 정보가 고스란히 손에 쥐어진다.
때문에 흐릿한 기억들이 그 메타 정보를 통하여 선명하게 살아날 때가 많다.
2004년 11월 10일, 메모는 내가 그녀와 함께 강원도의 주천을 거쳐 진고개를 넘어간 뒤 주문진으로 향한 것으로 적어놓고 있지만
그때의 기억은 흐릿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때 남겨진 사진들은 내가 오후 2시경 주천을 통과했으며,
강릉의 연곡해수욕장에서 첫 사진을 찍은 것이 4시 30분 경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횡성휴게소에 들린 것은 밤 9시 경이었다.
집에 돌아온 시간은 메모 속에 밤 12시 경이라고 되어 있다.
그 시간의 여정을 따라 동해로 다시 가보았다.
2004년 11월 10일,
강릉 연곡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동해의 파도.
바위는 굳어있다.
그것이 평생 바위의 운명이다.
그러나 파도가 감싸고 돌면
바위도 굳은 몸을 털어내고 그 흥겨움에 물든다.
그때부터 춤은 바위와 파도가 함께 추는 춤이 된다.
방파제가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 보인다.
파도를 막으러
저 멀리까지 걸어나간 것일까.
바다와 뭍은 경계를 갖고 있다.
파도는 항상 그 경계를 하얀 포말로 채색한다.
해변을 밀고 올라왔다 밀려 내려가는 파도의 움직임은
바람을 등에 업고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때마다 파도가 그리는 경계선은 달라지지만
때로 사람들 중엔 그것을 똑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만약 그런 생각 때문에 바다에 갔을 때 파도가 무료한 사람이 있다면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사랑, 자유, 평화 등등의 말을 새기고
그 말을 파도의 씻김굿에 맡기면
파도가 항상 새로울 수 있지 않을까.
야, 위험하다 잖아.
거기 왜 올라가 있어.
그랬더니, 갈매기 가라사대,
–너나 조심하세요.
어느 낚시꾼의 등대 놀이
저녁이 오면 세상 모든 것이 푸른 바다에 물든다
갑자기 제각각 다른 곳으로 보며 하루를 보내던 바위들은
저녁 등대가 불을 켜들면
시선을 모두 불빛으로 모은다.
비가 오는 날이면 등대는
제가 딛고선 방파제 바닥에도
불을 하나 더 밝힌다.
저 멀리 도시에서도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도시의 불은 어지럽다.
항구에서 작은 배 하나가
머리를 저 멀리 뭍으로 두고
파도에 흔들리고 있었다.
뭍의 불빛이 물결을 타고 배의 코앞까지 번져 있었다.
배는 매일 대낮보다 더 환하게 불을 밝히는 저 뭍의 밤이 궁금할까?
2 thoughts on “동해의 추억”
해마다 겨울이면 겨울바다여행을 가족끼리 가곤했어요.
엊그제도 남편에게 물었죠.이번겨울은 어느 바다로갈까?하구요.^^
남편은 남해로 가고 싶다하고 아이들은 비행기타고싶다고
제주도가자하고.^^
전 안면도의 낙조를 다시한번 보고싶더군요.^^
안면도는 한 다섯 번은 간 것 같아요.
2시간반 정도면 가거든요.
그곳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 적도 있고.
꽃지 해수욕장의 낙조는 유명하죠.
안면도의 삼봉해수욕장인가에서 찍었던 새벽 풍경이 생각나네요.
한번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