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동해에 살고 있었죠.
못견디게 당신이 보고 싶은 날,
먼길을 달려 그 바닷가에 서곤 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파도를 일으켜 바닷가로 하얗게 밀려나왔습니다.
하지만 파도는 왔다가는 곧장 발을 빼고
다시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제 품을 떠날 수 없는 것이 당신의 운명이었죠.
이번에는 따라나서겠다는 듯,
내 발뒤꿈치를 잡으려 했지만
당신의 그 하얀 손길은 이내 힘이 빠지고 말았죠.
갈 때마다 하얀 파도로 뛰어나오는 것은 여전했지만
그러나 언제나 당신의 자리는 그곳이었습니다.
눈이 왔습니다.
파도처럼 하얗게 밀려와 있었습니다.
파도는 왔다가는 곧장 발을 뺐지만
눈은 한번 와서는 잠시 그 자리에 눌러앉았습니다.
녹빛 바다를 가져와
하얗게 뿌려놓았다가 다시 거두어가곤 했던 그 파도가
바깥에 온통 하얗게 몸을 눕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상 어느 것도 영원히 곁에 머물 수는 없는 법.
눈은 투명으로 녹아내리며 서서히 자신을 거두어갔습니다.
눈이 왔는데 마치 파도 소리를 듣는 듯 했습니다.
항상 발뒤꿈치를 살짝 잡았다가도 손을 놓았던 당신이었는데
눈송이에 그리움을 채우고
그 먼길을 달려 내게로 온 듯했습니다.
세상에 파도 소리가 가득한 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