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품, 강의 등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3월 14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물결로 일렁일 때
우리에게 강은 품이었다.
어렸을 적 그 품에 뛰어들어
여름날의 하루를 온종일 그 품에서 놀았다.
그 품은 여전하여 물결로 일렁일 때는
언제나 그 품에 뛰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강의 중간, 족자도까지는 갈 수가 없었다.
너무 깊은 품은 걸음을 막았다.

추위로 얼어붙자 강은
여름날의 품을 안으로 말아넣고
우리 앞에 엎드려 등이 되었다.
우리는 강이 내민 등에 업혀
강의 한중간, 족자도까지 갈 수 있었다.
어렸을 적, 겨울엔 온종일 그 등에 업혀 놀았지만
나는 그때는 몰랐었다.
겨울의 강이 그 등에 업어 나를 키웠다는 것을.
족자도까지 업혀가며 뒤늦게 깨닫는다.
겨울에도 강이 나를 키웠음을.

여름에는 품에 안아 키우고,
겨울에는 등에 업어 키우고,
그렇게 나를 키운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강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월 31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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