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로 일렁일 때
우리에게 강은 품이었다.
어렸을 적 그 품에 뛰어들어
여름날의 하루를 온종일 그 품에서 놀았다.
그 품은 여전하여 물결로 일렁일 때는
언제나 그 품에 뛰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강의 중간, 족자도까지는 갈 수가 없었다.
너무 깊은 품은 걸음을 막았다.
추위로 얼어붙자 강은
여름날의 품을 안으로 말아넣고
우리 앞에 엎드려 등이 되었다.
우리는 강이 내민 등에 업혀
강의 한중간, 족자도까지 갈 수 있었다.
어렸을 적, 겨울엔 온종일 그 등에 업혀 놀았지만
나는 그때는 몰랐었다.
겨울의 강이 그 등에 업어 나를 키웠다는 것을.
족자도까지 업혀가며 뒤늦게 깨닫는다.
겨울에도 강이 나를 키웠음을.
여름에는 품에 안아 키우고,
겨울에는 등에 업어 키우고,
그렇게 나를 키운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