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세월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3월 9일 부산 절영 해안에서

나는 바위가 빈틈없이 하나된 마음으로
세월을 넘긴다고 생각했었다.
부산 절영 해안을 거닐며 만난 바위는
손으로 밀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수많은 상처로 갈라져 있었다.
의심스러워 손으로 밀어보았으나
상처난 바위는 굳건한 힘으로 그 자리를 지키며
내 손의 완력을 완전히 비웃었다.
나는 작은 바위 조각 하나도 떼어낼 수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바위가 상처가 없어 세월을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상처를 부등켜 안고 세월을 견뎌간다는 것을.
아마 그 상처로 인하여 큰 파도가 올 때면
제 살을 내주기도 했었을 것이나
그러나 그많은 상처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바위였다.
바위는 그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등돌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세월을 넘어간다.
파도가 쓸고 간 뒤에도 상처 하나 없어 바위가 아니라
수많은 상처를 안고 있어도 파도에 쓸려가지 않아서 바위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3월 9일 부산 절영 해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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