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위가 빈틈없이 하나된 마음으로
세월을 넘긴다고 생각했었다.
부산 절영 해안을 거닐며 만난 바위는
손으로 밀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수많은 상처로 갈라져 있었다.
의심스러워 손으로 밀어보았으나
상처난 바위는 굳건한 힘으로 그 자리를 지키며
내 손의 완력을 완전히 비웃었다.
나는 작은 바위 조각 하나도 떼어낼 수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바위가 상처가 없어 세월을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상처를 부등켜 안고 세월을 견뎌간다는 것을.
아마 그 상처로 인하여 큰 파도가 올 때면
제 살을 내주기도 했었을 것이나
그러나 그많은 상처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바위였다.
바위는 그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등돌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세월을 넘어간다.
파도가 쓸고 간 뒤에도 상처 하나 없어 바위가 아니라
수많은 상처를 안고 있어도 파도에 쓸려가지 않아서 바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