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들어서면
길은 내게 동쪽으로 가라고 했다.
그 길은 동쪽으로 가라고 안내를 하면서도
번번히 차들을 그 길로 빽빽히 몰아넣어 앞뒤를 막고
느려터진 걸음으로 내 발목을 잡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조금 날이 어두워지면
예외없이 자동차의 두 눈에 불을 켰지만
그래도 앞이 안보이는 듯
느릿느릿 앞을 더듬거렸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는
앞차의 타이어 밟히는 소리를 킁킁거리며 움직였다.
그것은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서도
때로 한없이 굼뜬 길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길에 들어서면
언제나 마음이 편했다.
그 길은 어디로 흘러가는 길이라기보다
내게는 언제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길은 나를 내려놓고
어디론가 계속 흘러가겠지만
내게 있어 그 길은 언제나 나의 집에서 마감이 되었다.
때문에 그 길에만 들어서면
나는 언제나 마음이 푸근해지곤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많았지만
강변의 풍경을 끼고 흐르던 그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는 마치 제가 태어난 곳을 찾아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같았다.
그 길의 끝에 내 집이 있었다.
2 thoughts on “강을 거슬러 집으로 가는 길”
동쪽으로 좀 더 오시면 저희집이 있죠.^^
집으로 가는 길만큼 마음 편한 길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 저희가 이 길을 더 달려 동쪽의 그 집으로 놀러가기도 하죠.
건물들 사이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과 강을 끼고 돌아오는 길은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올 때의 느낌은 홍대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올 때가 가장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