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와 연인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4월 2일 경기도 팔당에서


철로의 운명은 평행의 운명이다.
평생 같이 갈 수는 있으나
손잡을 수는 없다.
손잡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평행의 운명을 감내하며 얻어낸 것은
말할 수 없는 절대적 안정이다.
안정된 그 평행의 길 위에서
철로는 수많은 열차를 실어날랐다.

젊은 연인이 그 운명의 길에 나타났다.
둘이 각각 철로 하나를 차지한다.
걸음걸이가 뒤뚱거린다.
두 연인은 하나의 길은
걸음걸이가 불안한 길이라고 내게 알려준다.
둘은 나란히 가면서 손을 잡는다.
둘은 혼자 불안한 길도
손잡고 나란히 가면 즐거운 길이 된다고 내게 알려준다.
손을 잡고 철로를 걷는 둘은
불안한 듯 뒤뚱거리면서도 연신 즐겁다.
두 연인은 말한다.
삶을 실어나르는데 집착하지 말고
그냥 불안하게 흔들리더라도
손잡고 즐겁게 가는 것이 사랑이라고.

난 이제 알고 있다.
철로가 열차를 실어날라야 삶이 굴러간다는 것을.
살다보면 삶이 모든 것을 잠식하게 된다는 것을.
하지만 난 젊은 연인들에게 그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들이 갖는 젊은 날의 한 순간을
달콤한 사랑 속에 방치해놓고 싶었다.
미래의 현실은 멀고 눈앞의 사랑은 가까운 그 달콤한 순간으로
우리가 평생을 견딘다.

7 thoughts on “철로와 연인

    1. 그러게요 세상엔 꿈만으로도 또 생각만으로도 거의 100%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도 많은데 그 여지가 386세대에 비해 현저히 좁아진 것 같아 보이는 것이 저만의 생각일까요? 게다가 지진에 방사능에,, 평범하고 지루하기까지 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이었던지,,
      강남사는 부자친구들에게 세상을 바꾸고 말겠다고 한마디 퇴! 뱃고 돌아섰던게 벌써 몇년이 흘렀고,,

  1. 철로, 젊은 연인들…평행의 운명..그러나 젊은 연인들은
    참 이뻐서.. 씨익 웃게 되요^^
    참 발랄함이 베낭에서도 손짓에서도 귀엽게 보여요^^
    나이 이렇게 들어가는건가봐요~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은 방사능비라네요…ㅠ..ㅠ

    1. 저기다가 무슨 자전거길을 만든다고 야단이예요.
      그냥 천천히 걸어서 다니게 내버려두면 되겠더구만 말예요.
      연인들이 너무 많아서 차를 댈 수가 없어요.
      봄비가 적셔주는 좋은 날인데 방사능 때문에 즐길 수도 없네요.
      그래도 봄비내리는 좋은 하루 창에라도 담아 즐겁게 보내시길요.

    2. 아… 안가봐서 잘 모르겠지만요
      자전거길은 그래도 마이 있잖아요
      저렇게 철길을 걸을 수 있는 추억은 …좋은건데요
      평행의 운명이 아름답기도 하구요
      안타깝고 애틋하고..머…그런 추억들이 나중엔 다 좋을듯 한데요….
      저는 무어가 자꾸 바뀌는게 싫어요..ㅎㅎ
      따라가기도 힘들구요^^;;

    3. 하는 일마다 어떻게 이렇게 마음에 안들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빨리 내년와서 한날당이라 명바구 패거리들좀 청산하고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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