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시간내서 고향 친구, 윤식이와 영준이를 만났다.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함께 했으니
거의 20년을 고향땅에서 매일 얼굴보며 자란 사이이다.
오래 전에 고향떠난 뒤로 뿔뿔히 흩어졌고,
지금은 일년에 한두 번 얼굴보고 있다.
윤식이와는 앞뒷집으로 붙어 살았고,
영준이와는 다리 하나를 건너 지척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또 붙어살았다.
고향 친구들 모두가 모이는 자리에서 얼굴을 보곤 했으나
이렇게 셋이 모이긴 간만이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조금 놀랐다.
보통은 친한 사이를 가리켜
그 집의 숫가락 갯수까지 꿰고 있는 사이라고 일컫지만
난 숫가락은 커녕 그들의 집안에 관한 것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기억 속에는 오직 윤식이나 영준이,
그 두 친구들과 함께 했던 우리들만의 시간만 남아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윤식이에게서 그의 어머니 얘기를 들었다.
가족의 얘기를 접한 것은 처음이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렇게 자랐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서로의 집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고
또 누구도 자신의 집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연 많은 어느 누구네 집의 아들이나 딸이 아니라
그런 사연들은 하나도 모른채
그저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시선을 맞추고
그 시선을 친구의 바깥으로는 한치도 돌리지 않고 자랐다.
우리들이 친구를 바라볼 때면
심지어 친구의 집안 내력마저도 우리의 시선 안쪽을 기웃거리지 못했다.
내가 그랬듯이 그들의 배경에서도 빛과 그림자가 어른거렸겠지만
우리에겐 그저 친구가 있었을 뿐,
그 무엇도 우리들의 사이에 그늘을 드리우진 못했다.
그저 친구만을 알고 지냈을 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몰랐던 사이, 그게 내 고향 친구들이다.
더할 나위없는 내 친구들이었다.
3 thoughts on “고향 친구, 윤식이와 영준이”
좋은 친구들 만나서 좋았겠네요~^^
저두 그런 거 잘 안 따져서 미안할 정도인데
시시콜콜 알아야 속이 시원한 사람들도 있더군요
잘 보면 성격인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술을 안마시는 줄 알아서 집에 왔더니 괜찮냐고 전화까지 왔더라구요. 일년에 두 번 만나지만 항상 마음에 있는 친구들이죠.
친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는 제가 실업자로 힘들어 할 때 연락만 하면 한결같이 “밥먹으러 와!”라는 말을 하곤 했지요. 그 친구 덕에 어려운 시절을 넘겼던 것 같아요. 친구에게 따듯한 한 끼 밥이 되어주는 것,, 쉬운 것 같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