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유리처럼 투명했다.
물이 물로 뛰어내려 물을 흔들었고
바람이 물결로 일으켜 세웠다.
바람이 물결을 흔드는 동안
이상하게 물이 아니라
빛이 불규칙하게 갈라졌다.
물이 아니라 빛이 고여 있었던 것일까.
바람이 허공을 흔들며 지나갔다.
물보다 더 투명했으나
허공의 어디에도 주름 하나 잡히지 않았다.
다만 나무들만 흔들렸고,
그때마다 나뭇가지를 따라
허공이 이리저리 갈라졌다.
계곡을 오르는 동안
물 속에 투명으로 고여있던 빛이 물결에 흔들렸고,
그러자 바람에 흔들리는 산속의 나무들이 모두
갈라진 허공의 금이 되었다.
유리를 투명의 세상으로 살아온 나는 걱정이 되었다.
금가면 깨어지는 것이 유리의 세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빛에 금이 가고 허공에도 금이 갔으나
그 어느 것도 깨지지 않았다.
금가면서 계곡물이 더 투명해졌고,
나무 줄기 위의 하늘도 더 투명해졌다.
투명한 것들은 투명을 지키면서 투명한 것이 아니라
투명에 금이 가면서 더욱 투명해진다.
4 thoughts on “물결과 햇빛”
아무리 햇볕이 좋았더라손, 어찌 이런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셨나요.
여러 번 지나다닌 곳인데, 제 눈엔 이런 거 안 들어왔거든요.
예빈산가는 코스 얘기 듣고 그리로 가다가 보았어요.
예봉산쪽은 계곡이 없는데 이쪽은 계곡이 있더군요.
바람과 좋은 햇볕, 적당하게 흘러내린 물을 만난 때문이죠, 뭐.
오호… 투명하면서도 금이 가있고 그래서 더욱 투명해지는군요…
투명하면서도 말랑해서 그런가요?
과연 ‘물’은 대단한 일렁임이군요….음…
아름답고 소중한 이야기에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간만에 산에 갔는데.. 꽃도 많이 피어 있고.. 여러가지로 좋았어요.
철쭉이 많은 산이었는데 꽃피면 다시 가고 싶더라구요.
보통은 계곡물이 투명과 일렁임만 있는데 이 날은 햇볕이 워낙 좋았어요.
도토리님도 좋은 하루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