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골목에선
살갗을 파고드는 따가운 햇볕이
온통 골목을 점령하고 있었다.
눈을 부라린 햇살의 위세에 밀려
그림자들은 벽 가까이 몸을 붙이곤
지면으로 납짝 엎드려 있었다.
시간은 오후 두 시였다.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 골목에도
저녁 시간은 어김이 없었다.
시간의 힘을 빌려 어김없이 찾아온 저녁은
아파트 그림자를 골목 깊숙이 밀어넣었고
그림자는 곧바로 햇볕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쫓기는 햇볕은 벌써 골목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저녁 여섯 시를 넘긴 시간이
점점 더 그림자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아마도 한낮의 그 위세등등하던 햇볕은
곧 가로등 밑을 기웃거리며
밤새 빛을 구걸하고 다닐 것이다.
시간의 힘을 빌어 한낮을 지배했던 햇볕이
시간의 힘에 밀려 쫓겨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