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사랑을 엿보다

인간은 그들의 사랑을 가리켜 교미라는 말로 폄하했다.
교미는 꼬리나 끝을 맞댄다는 뜻이다.
아마도 마음을 맞대는 사랑을 인간의 몫으로 독차지하고
다른 것들은 그저 몸을 맞대는데 불과한 것으로 선을 그어 구별해 두고자 하는 욕심에서 그 말이 나왔을 것이다.
어느 날 그들 가운데서 우연히 나비의 사랑을 엿보게 되었다.
그런데 사랑이란 말은 오히려 그들의 몫 같았다.
교미가 사랑을 대치해 버린 인간의 세상에서 이제 그들로부터 사랑을 배울 일이다.
(첫 다섯 장의 사진은 2004년 8월 11일에 목포의 유달산 중턱에서 찍었다.
나머지 다섯 장의 사진은 2005년 6월 4일에 서울의 올림픽 공원에 조성된 보리밭과 유채꽃 밭에서 찍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사랑은 움직이는 거다.
오해마시라.
이 남자에게서 저 남자로, 혹은 이 여자에게서 저 여자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사랑은 때로 하늘로 아득히 날아올라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Photo by Kim Dong Won

그러나 사랑하면 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혼자 날면 숨이 턱에 차지만 사랑으로 날면 가쁜 호흡도 까마득히 잊게 된다.
그 혹은 그녀가 가슴을 채우면
그 어떤 가쁜 호흡도 그 자리를 밀고 들어올 수 없다.
사랑의 호흡은 그런 것이어서 육체의 한계를 말끔히 밀어내 버린다.

Photo by Kim Dong Won

사랑은 종종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있으면서 좀처럼 손에 잡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Photo by Kim Dong Won

그러나 절망하지 마시라.
사랑의 마음이 닿으면 그 순간 그 혹은 그녀가 몸을 돌려 시선을 맞출 것이니.
그 순간 사실 둘의 눈과 눈이 닿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닿는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바로 그렇게 사랑이 온다.
사랑은 마음과 마음이 맞닿고 그 마음에 몸이 얹혀져 완성된다.

Photo by Kim Dong Won

오늘 그들의 사랑이 영글고 있는 곳은 보리밭이다.
그들이 쳐다본다.
“민망하게 뭘 그렇게 보슈”하는 표정으로.

Photo by Kim Dong Won

그러나 사랑은 나로 하여금 몰염치를 무릅쓰고
더욱 가까이 시선을 가져가게 만드는 흡인력을 갖고 있다.
그건 내 탓이 아니라 순전히 사랑의 자장 때문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모두가 사랑의 행운을 갖는 것은 아니다.
때로 외로운 삶도 있다.
그 외로움이 계속되다 보면 그들에게 있어 사랑은
보리밭을 오염시키는 행위로 성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Photo by Kim Dong Won

그러나 그 어떤 질시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계속된다.
보리밭 뿐만이 아니라 유채꽃 밭에서도.

Photo by Kim Dong Won

그들의 사랑이 계속되는 한
그 사랑을 더욱 가까이서 엿보고 싶은 나의 몰염치도 계속된다.
그러나 그것은 내 탓이 아니라 순전히 사랑의 흡인력 때문이다.

6 thoughts on “나비의 사랑을 엿보다

  1. 핑백: AkiSpace
  2. 사실 사진 찍으면서 좀 미안했어요.
    보통 나비는 카메라가 다가가면 도망가 버리는데
    사랑으로 엮여있을 때는 도망도 못가거든요.
    그들의 사랑이 렌즈가 가까이 다가와서 들여다 보고 있는 동안 어찌나 두려울까 하는 생각을 하니 좀 미안하더군요.

  3. 위 호랑나비의 비행하는 모습을 보니, 호랑나비에 비하여 우리 모습은 너무 보잘것 없어 보입니다. 모든 자연의 모습은 더없이 아름다워 보이는데…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모습도 정말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건 정말 의문이다.

  4. 꽃등에였었는지 기억이 희미합니다만 학교 운동장 모래밭에서 그 한쌍이 같이 있다가 그만 뛰던 사람 발에 짓밟히는 참혹한 광경을 목격했었죠. 지금 후회되는 건 그 한쌍을 거두어 다른 곳에 묻어두지 못한 거죠. 며칠을 두고 그 한쌍은 그래도 죽음을 함께 하며 행복했구나 생각했으면서…. 조금 더 몸이 자유로울 때도 열린 마음을 갖지 못한 탓이죠. 근데 지금도 곤충이 몸에 닿으면 질겁을 한답니다.

  5. 동물들의 교미가 종족번식을위한 본능일뿐이라고 하는데 전 사랑이라고 우겼던거 생각나네요. 그들도 그들만의 사랑이 존재한다구. 그렇지않다면 상대를 고를리도없고 그것때문에 경쟁할리도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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