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장미, 붉은 장미

Photo by Kim Dong Won

장미는 희다.
아니, 장미는 붉다.
같은 뿌리를 나누었지만
때로 그들은 색깔로 제 갈 길을 달리한다.
그들이 색깔로 길을 나누면
그 길에서 마주한 장미는 느낌도 나누어 갖는다.
흰색의 길을 걸어간 장미는 그 색깔 때문에 고결하기 이를 데 없다.
품위있고 도도하다.
붉은색의 길을 걸어간 장미는 열정으로 불탄다.
세상을 그의 정염으로 덮고도 남을 뜨거움이 있다.
그러나 별 충돌없이 두 장미 모두가 같은 화단에서
제 생명을 싱싱하게 가꾸며 한철을 살다 간다.
그리고 색깔에 관계없이 그들이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에게서 그런 공존의 아름다움을 볼 때가 있다.
때로 작은 다툼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 울타리에서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이웃의 부부들을 보면
장미 못지 않은 아름다움을 느낀다.
자꾸만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들추어보면
젊을 때는 내가 걷는 외길에 꼿꼿이 서서
현실의 어느 것과도 타협하지 않으려 했던 기억이다.
그때 내 곁에 공존의 미덕이나 아름다움은 없다.
둘을 모두 용납하고,
그 둘에게 아름다움의 공존을 허락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나이들어 간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그러나 나이들면서 이런 발견도 없었다면
그나마 세상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젊은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종종 그런 아름다움을 볼 때마다
나이먹는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 느낌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 thoughts on “흰색 장미, 붉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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