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의 새벽 풍경

이른 새벽, 4시 30분쯤이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어둠 속에 묻혀있을 아내와 나의 잠이 멀찌감치 밀려나 있었다.
쿠웨이트를 4:0으로 누른 한국 축구의 발길이 우리의 아침잠마저 걷어가 버렸다.
멀뚱멀뚱한 두 눈으로 기다려야 하는 아침은 밍숭맹숭하다.
아내가 이왕에 버린 잠, 두물머리에 가자고 했다.
밤에 갔던 두물머리를 오늘은 새벽에 찾았다.
5시에 도착해서 7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Photo by Kim Dong Won

새벽의 채색은 흔히
푸르스름한 여명을 띄기 마련이다.
그러나 안개가 엷게 치장을 해준 두물머리는 반투명의 하얀 세상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배와 섬이 밤새 기다렸던 것은
동쪽으로부터 오는 빛의 하루였다.
오늘 그 빛은 하얗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아내는 네잎 클로버를 찾는 데는 선수이다.
아내가 찾아낸 행운이 새벽 이슬 속에서 가슴을 벌리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풀잎 끝에선 매일 이슬이 영근다.
작은 풀벌레가 그 영롱함을 가장 먼저 마중나간다.

Photo by Kim Dong Won

정확한 이름은 알 수 없으나
물잠자리의 자태가 곱다.
아침마다 이슬을 먹으며 가꾼 아름다움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둘이 함께 하면 아름다움도 배가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이슬도 두 쪽이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더욱 영롱하다.

Photo by Kim Dong Won

오늘도 또 하루가 밝는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이지만
이른 아침은 때로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임으로 흔든다.

Photo by Kim Dong Won

아마도 나룻배에겐 오늘의 아침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그 나룻배의 아침을 보는 우리의 눈에 오늘의 아침은 새롭다.
알고 보면 무료한 일상이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 집의 아침, 이웃집의 아침, 그리고 두물머리의 아침이 매일 반복되지만
우리 집의 아침에서 잠깐 자리를 옮겨 맞이한 두물머리의 아침은 그 느낌이 새롭다.
그렇게 살다가 잠깐씩 자리를 옮기면
아침의 느낌을 새롭게 호흡할 수 있다.

9 thoughts on “두물머리의 새벽 풍경

  1. 새벽에는 처음 가보았는데 항상 그런 풍경인 것 같아요.
    매일 하얗게 아침을 시작하는 곳이라고나 할까.
    낮에 가서 찍을 곳을 물색한 뒤 다시 한번 가던지 해야할 것 같아요.
    하도 샛길이 많아서 한번 가선 잘 모르겠더라구요.

  2. 아..마음까지 고요함에 물들게하는 풍경들이네요.
    저도 어릴적에 자주 놀던 토끼풀밭에서 네잎을 자주 찾았었지요. 지나가던 자가용이 멈추고 젊잖아 보이는 아저씨께서 저더러 500원에 팔라고 했던일도 있었어요. 고등학생인 딸에게 주고싶으시다고.^^ 전 숫기 없어서 주는대로 돈을 받고 드렸던 기억이..ㅋㅋ

  3. 얼굴 본지 너무 오래 되었네요.
    잘 지내죠.
    다시 또 한번 모여야 되는데 말이죠.
    이번에 모이면 인건님의 20D가 멋진 추억을 안겨줄 텐데 말예요.
    저는 요즘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옛날의 즐거웠던 명동 모임이 너무 그리워요.

  4. eastman형님, 두물머리 구경 잘했습니다.

    특히, …

    그대가 담아온 씀바귀는 지금 내 속에 담겨있다.
    내가 담아온 풍경도 그대 속에 담겨 있겠지.

    이 부분은 본문보다 단연 압권입니다.

    ^^;;;

  5. 아… 카메라를 든 남자와 카메라가 없는 여자의 차이점 또 하나…

    남자는 풍경을 담아오고
    여자는 밥상에 올려질 나물을 담아온다.

    이른 봄엔 쑥을 담아오고
    요즘은 씀바귀를 담아온다…

    씀바귀는 오늘 점심 메뉴였다^^

  6. 저녁의 두물머리는 그 풍경 속에 개구리의 합창이 있었고
    새벽의 두물머리는 새들의 합창이 있었다…

    카메라를 든 남자에게는 풍경이 먼저 다가오고
    카메라가 없는 여자에게는 소리가 먼저 다가왔다…

    아쉽게도 개구리의 합창이나 새들의 합창은 사진에 담아오지 못했다.
    그래도 사진을 보면서 사진 속에 담지 못한 개구리와 새들의 소리를 상상해 보시길…

  7. 양수리를 가르키는 다른 말이예요.
    북한강과 남한강의 두 가지 물줄기가 겹치는 곳이라고 두물머리라고 부르죠.
    석훈씨 있던 곳에서 가까운 곳이예요.
    팔당의 바로 위라고 할까.
    우리 집에서 차로 한 15분 나가는 것 같아요.
    워낙 가까운 곳인데다가 항상 이곳을 스쳐 어디로 가곤 하는데
    요 이틀간 그곳까지만 나갔다가 왔어요.
    자건거 타고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부근은 풍경이 좋은데가 많죠.
    특히 안개나 어둠이 적당히 뒤를 가려주면 더더욱 풍경이 좋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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