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언제나 그 뜻을 하늘에 둔 듯 보였다.
살아온 세월이 얼마일까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크고 우람한 나무 앞에선 더더욱 그렇게 보였다.
하늘에서 길을 찾는 나무의 뜻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문득 길을 가다 커다란 나무 앞에서 그것이 궁금해졌다.
답은 의외로 쉽게 주어진다.
시선을 내리면 그곳에 나무의 뿌리가 있었고,
나무의 뿌리는 예외없이 땅속으로 묻혀있었다.
그 뿌리가 나무를 키운 것이리라.
그러나 삶을 모색하는 나무의 뿌리는
우리처럼 어두운 땅속의 세상에서
힘겨워하고 때로 사는 것에 절망하지 않았을까.
먹고 사는 일 이외에
아무 것도 안할 것 같지만
나무는 먹고 사는 땅을 파고드는데 급급하지 않고
언제나 빛의 하늘을 꿈꾼다.
먹고 사는 일은 땅 속에 있는데
나무는 땅속으로만 파고들지 않는다.
더 깊이가 아니라 더 높이 솟으려 발돋음을 한다.
그렇다고 삶의 뿌리를 놓고
하늘로만 뜻을 두지도 않는다.
나무는 하늘과 땅의 사이로 서 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그 균형 속에서 하늘의 길에서 얻어낸
푸른 축복이 나뭇잎에 무성하게 담겼다 진다.
겨울은 잎을 떨어낸 활엽수의 빈가지가
겨우내 길이 되어준 하늘에 감사하는 동안
땅속에선 생명의 길을 열어준 땅에게
뿌리가 감사를 바치고 있을 듯한 계절이다.
쌀쌀해진 겨울 산길을 가다가
잠시 나무를 올려다보는 마음에 훈훈한 온기가 일었다.
한참을 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4 thoughts on “나무와 하늘 2”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나무. 그들을 향해 균형을 유지하며 뻗어가는 나뭇가지와 뿌리. 자연에게서 배울 점이 참 많아요. 세상을 향한 균형감각을 가진다는 것. 참 어렵잖아요? 나뭇잎을 벗은 거칠은 나뭇가지가 위엄있게 저를 바라보네요. 의지하고 싶은 눈을 가진 나무.
산마다 나무 친구를 한두명씩 만들어놓고 싶어요.
갈 때마다 인사하게 말에요.
비가 와서 그런지 껍질을 만져보았더니 말랑말랑한 것도 있더라구요.
벌봉 앞에 있는 나무군요. 잎이 거의 떨어지니 하늘을 보이네요.
색감이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한 느낌까지 듭니다.
간만에 남한산성갔다가 길을 잘못들어서 벌봉을 반대편으로 오르게 되었어요. 덕분에 이 나무를 만났죠. 햇볕이 잘드는 곳이라 그런지 좋은 나무들이 많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