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길을 잃은 바람이
나뭇잎에게 길을 물었다.
대개의 나무들이
그 질문 앞에 끝까지 남겨둔 나뭇잎은
거의 항상 가지끝에 걸려있었다.
바람을 가장 많이 받는 자리에서
여전히 나뭇잎이 바람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질문은 종종 나뭇잎을 뒤흔들었다.
나무의 아래쪽엔
바람의 질문을 팽개친 나뭇잎이
무수히 쌓여있었다.
질문을 팽개치고 지상으로 돌아간 나뭇잎이
내년이면 또다시 질문 앞에 설 나뭇잎을 키울 것이다.
바람은 항상 방향을 물었지만
나뭇잎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떼어놓지는 않았다.
방향을 묻고도 바람은
다시 방향을 팽개치고 길을 갔지만
그 뒤끝에선 여전히 가지끝의 나뭇잎이
방향을 지키고 있었다.
6 thoughts on “가지 끝의 나뭇잎”
우리가 상기도 놓치지 못한,
혹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지막 잎새”는 무엇일까요?
한 생명이 살다가는 흔적을 남겨주기 위해
오늘도 “다정한 증인(혹은 情人)”을 자처하신 분!
님의 수고로 저도 행복하고 때로는 쓸쓸합니다.
원래 겨울은 사진찍기 어려운 계절인데 올해는 눈에 띄는게 많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아무래도 잎을 떨군 나무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될 듯 싶어요. 이날 사진찍으며 걸을 때 나무도 비바람 부는 날은 잠시 지상에 눕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와우…이쁜 나뭇잎이네요
끝인줄 알고 나서 붉어진 볼 같기도 하구요 여튼 참 앙징, 이쁨요^^
산 위쪽은 거의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것 같고
아래쪽은 더러 단풍이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다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키큰 나무도 꼭대기에만 나뭇잎들이 남아있더라구요.
좀 신기하긴 했어요.
바람을 가장 많이 받을 듯한 자리에 잎들이 남아있어서요.
ㅎ
어디서 또 저런 아름다운 ‘끝’들을……
근처에 있는 산에 갔었어요.
길을 잃어서 한참 고생했지 뭐예요.
겨울이라 뱀이 없어서 오히려 요 때가 산을 헤매기는 더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