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도 표정을 갖고 있다.
표정은 곧 말이기도 하다.
지난 해 도쿄의 이타바시란 동네를 거닐다 고양이를 만났다.
나는 오랜만에 그 고양이의 표정을 꺼내놓고
표정을 말로 바꾸면서 논다.
아, 인생괴로워.
난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걸까.
세월은 무심히 흘러가는데
인생 점점 무상해진다.
아니야, 그래도 인생은 살만한 거야.
저 하늘을 좀 보라구.
그냥 매일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인생은 얼마나 충만한 것이야.
저 넓은 하늘이 가슴으로 들어차는
이 고양이란 나의 존재란 얼마나 대단한 것이야.
나는 그냥 고양이가 아니라
세상으로 그득차는 충만의 존재야.
엉, 당신 뭐야.
아까부터 날 지켜보고 있었던 거야.
그렇게 슬그머니 소리없이 날 엿보고 있었던 거야.
당신 도대체 뭐야.
고양이라고 그렇게 마구 훔쳐봐도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