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가끔 거울 속에서 만난다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12월 12일 집에서

그녀와 딸은 가끔 거울 속에서 만난다.
따로 약속은 잡지 않는다.
함께 어딘가로 외출하는 날이
둘이 거울 속에서 만나는 날이다.
외출 시간이 빠듯하여
둘이 순서대로 여유있게
거울을 홀로 마주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그런 날은 예외없이 거울 속에서 둘이 만난다.
거울 속에서 만난 둘은 즐겁기 그지 없다.
거울은 둘이 함께 하기에는 아주 좁은 편이나
둘은 몸의 거의 모두가
거울 밖으로 밀려나는 불편을 감내하면서
비좁은 거울 속으로 자신들의 얼굴을 밀어넣고
화장을 하기에 바쁘다.
거울 속에서 서로 만나 화장을 할 때
둘은 엄마와 딸의 사이라기 보다
예쁜 변신이 즐거운 여자들로 하나된다.
딸을 키우면서
거울 속에서 그 여자를 만나는 것이
그녀의 즐거움 중 하나이고
딸은 그녀에게 잊혀졌던 여자를 일깨워준다.
두 여자가 가끔 거울 속에서 서로 만나
짧은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운다.

8 thoughts on “그녀들은 가끔 거울 속에서 만난다

  1. 카메라 속 거울까지 이 집 거울이 좋은 일을 하네요.^^
    거울 가운데에 자리가 조금 있어 보이는데, 지켜 보시지만 말고 들어가시지요.

    1. 사이로 끼어들어 로션이라도 발라볼 걸 그랬나요?
      둘이 화장할 때 나누는 대화는 거의 해독불가의 전문 용어를 구사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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