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추운 겨울이 오면
울랄라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계절이 왔다며
즐겁고 신나는 마음을 모으고
매일매일 그 마음을 마법의 주문처럼 외워
겨울 햇살이 될 것이다.
한여름의 햇살은
그대에 대한 마음은 들끓어
뜨겁기 그지 없으나
몸을 숙이지 못해
언제나 그대의 문앞에서 서성거리다
발길을 거두지.
여름 햇살은
제 마음은 뜨거우나
그대의 마음 속으로 한 걸음도 들이지 못하는
짝사랑 같은 것.
바깥을 서성거리는 사랑은
너무 나를 갉아먹는다.
그러니 나는
아무리 그대가 보고 싶어도
여름 햇살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차라리 바람으로
그대의 마음을 스치며 여름을 견디고
언제나 겨울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나는 신난다, 이제 나의 계절이 왔다며
그 마음의 즐거움을 모아
나를 겨울 햇살로 바꾸어줄 마법의 환약을 만들고
그 마음의 힘으로 겨울 햇살이 될 것이다.
겨울 햇살이 된 내게 남은 일은
이제 그냥 그대의 창으로 가는 것뿐.
여름 햇살은 빳빳하게 세운 높이를 버리지 못하지만
겨울 햇살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무릎이 땅에 끌리는 낮은 자세로 하루를 보내지.
여름이라면 창가를 서성거리만 해도
그대가 지겹다는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지만
겨울엔 그대의 마음을 깊숙이 넘보아도
언제나 따뜻하게 팔을 벌려 나를 맞아주지.
겨울은 그대의 창 앞에 서기만 해도
그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하루종일 몸을 눕히고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계절.
그대를 생각하는 나는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로 가서
겨울 햇살이 될 것이다.
2 thoughts on “겨울 햇살”
영하의 겨울날에 읽기 좋은 시군요.
그런데 뜬금없는 물음같지만, 가을햇살은 없는지요?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이 겨울이라 겨울 햇살이지
아마도 여름가면 또 말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기도…
가을 햇살은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이니
낙엽떨어진 나무밑에서 가장 완연하게 느낄 듯한데
그냥 지나친 것을 보면 그다지 큰 느낌은 없었나 봐요.
그래도 가을 햇살이라 말씀하시니
가을에 산에 갔을 때 그 햇볕으로 따뜻했었다는 느낌도 들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