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적 취향이 재즈는 아니었다.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은 재즈 공연은 있었다.
매년 가평에서 열리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그 중의 하나였다.
언젠가 어떤 모임에서 누군가가 그곳에 가자는 말을 꺼냈다.
나는 적극 호응을 했지만 결국 말로 끝나버려 아쉬움이 컸다.
내가 알고 있는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좀 골라달라고 하면
뽑아준 곡들이 거의 대부분 재즈였다.
그래도 내가 아는 재즈곡들은 제한적이었다.
재즈라고 했을 때 내게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조지 거쉰의 Rhapsody in Blue이다.
하지만 그 곡도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내게 온 것은 아니었다.
그곡은 아르누보 발레단이란 한 외국의 현대 발레단 공연을 통해서
가장 먼저 내 기억 속에 자취를 남겼다.
재즈라는 말이 환기시키는 첫 재즈곡이
사실은 발레에 묻어서 왔던 것이다.
그러한 내게 드디어 재즈 공연을 실제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밴드는 윈터 플레이였다.
밴드명은 우리 말로 하면 겨울 놀이 정도가 될 듯하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좋았다.
원래 재즈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
재즈는 들을 때마다 부담스럽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재즈는 다른 음악과 달리
들을 때면 몸에 끈끈하게 감기곤 했다.
슬픈 음악을 들었을 때
슬픔에 동화되는 정도가 아니라
슬픔에 휘말려 들어가서
헤어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윈터 플레이의 재즈는 그렇게 사람을 휘감고 들지는 않았다.
귀를 즐겁게 해주는 팝과
몸속 깊숙히 휘감고 드는 재즈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이 밴드의 리더는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이다.
그는 트럼펫을 연주한다기 보다
트럼펫을 마음대로 갖고 논다는 느낌이 들었다.
트럼펫으로 넘나들 수 있는 모든 소리를
자유롭게 불러낸다고나 할까.
발레나 아이스하키에서 회전 동작과 같은 것이 뛰어나면
저절로 박수가 나오는데
저절로 박수를 치고 싶어지는 대목이 많았다.
마지막에 사인회에 앉은 멤버들로 보건데
밴드는 세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하다.
보컬은 혜원이고, 미리 소개한 이주한이 트럼펫이며,
기타는 최우준이다.
기타의 최우준은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한다.
보컬 혜원.
보컬의 눈부신 미모에 홀려서
자꾸만 음악에 대한 집중력이 흩어졌다.
미모는 눈을 채워주면서도 초점을 흐리고
결국에는 귀를 파고드는 음마저 지워버린다.
공연을 보러 일본에서 온 분들이 있었다.
일본분들은 밴드 멤버들 중에서도
기타리스트 최우준의 팬이라고 한다.
첫곡을 연주할 때 기타줄이 끊어졌다.
음악의 전문가가 아닌 나는 끊어졌는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줄 하나를 빼놓고 해도
음의 부족함을 적절히 채워넣을 수 있는 연주자인지도 모른다.
세 곡을 연주했으며 블루스 곡 한 곡을 마지막 순서로 선물해 주었다.
사실 내가 이 공연을 보러간 것은 윈터 플레이가 아니라
이 무대에 출연하는 다른 사람을 보러간 것이었다.
그는 퍼커션 연주자인 김정균이다.
퍼커션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류복성이 연주하던 것이라는 답이
더 빠른 이해를 가져다 줄 듯 싶다.
퍼커션 연주자 김정균씨와는 트위터를 하다가 알게 되었다.
그를 통해 더블 레인보우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고
고맙게도 그로부터 CD도 한장 얻었다.
더블 레인보우의 음악이 좋아
나중에 CD를 한장 구입한 뒤 아는 사람에 선물하기도 했다.
영화 <완득이>에서 화면에는 색소폰 연주가 나오는데
사운드는 트럼펫 소리라는 것도 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그를 알고 난 뒤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재즈가 듣는 사람이 아니라 사실은 연주자들의 음악이란 것이었다.
재즈의 맛을 가장 깊이있게 누리려면
재즈를 연주해 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재즈를 들을 때는
몸을 음악에 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공연은 CD로 듣는 음악과는 다소 달랐다.
CD가 보컬을 확연하게 앞에 내세우는데 반하여
공연은 트럼펫과 기타 연주가 많이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보컬이 착한지 트럼펫과 기타의 음에 자리를 내주곤 했다.
연주가 종종 보컬의 목소리를 묻었다.
그래도 미모는 묻히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컬과 기타, 트럼펫, 콘트라베이스, 드럼과 퍼커션,
그리고 코러스로 구성된 무대였다.
내가 좋아하는 락(rock)이 몸에 어떤 억눌린 사운드가 있다고 보고
음악의 힘으로 그 억눌린 사운드를 폭발시키는 장르라면
재즈는 우리의 몸에 어떤 굳은 사운드가 있다고 보고
음악의 유연함으로 그 사운드를 부드럽게 달래고
결국은 파장이 큰 물결로 일으키는 장르란 느낌이었다.
리듬감이 완연한 물결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몸을 싣고 유연하게 흔들기에 아주 좋았다.
공연을 가면 공연도 좋지만
공연자에게서 사인을 받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즐거움이다.
장비를 정리하고 나온 정균씨에게서 사인을 받았다.
윈터 플레이의 공식 멤버가 아니어서
사인회 자리에는 그가 없었지만
우리는 그에게서 사인을 받는 것이 더 즐거웠다.
사인을 해주고 있는 그도 멋지지만
사인을 받고 있는 그녀의 표정 또한 예쁘다.
사진은 찍을 때는 모르던 것을
찍고 난 후 사진을 들여다볼 때 가르쳐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도 끼어들어 함께한 사진도 하나 찍었다.
맨 왼쪽은 도예가 한미이며,
그 다음은 나의 그녀,
가운데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이번 공연에서 우리가 보고 싶어했던 퍼커션 연주자 김정균이다.
마치 오래 알던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공연 다음 날, 사갖고 온 CD에서
(집시걸)을 여러 번 들었다.
**공연은 다음과 같이 열렸다
공연명: 윈터 플레이 콘서트 윈터 원더랜드
공연 일시: 2011년 10월 14일 오후 8시
공연 장소: 서울 광장동 악스홀
10 thoughts on “재즈 밴드 윈터 플레이의 공연”
실제 공연 보다는 동원 선생님 글과 사진이 더 근사하네요. 재즈란 몸 속의 굳은 사운드를 부드럽게 달래고 불러내어 물결 치며 흐르게 한다는 말씀 멋진데요!! 앞으로 그 느낌으로 연주 해야겠어요ㅎ. 트위터 통해 좋은분들 알게되고 또 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매서운 겨울날 공연보러 와 주신 김동원 선생님, 사모님, 멋진 도예가 한미 선생님, 또 친구분, 감사합니다. 덕분에 겨울밤 한때가 참 따뜻했습니다. ^^
엇, 한미님꺼에 댓글다는 사이에..
사실 우리야 앞쪽보다 뒤쪽의 퍼커션에 더 눈길이 갔죠.
좀더 멀리 갈 수 있는 망원렌즈가 다소 아쉽더라구요.
스틱과 손이 모두 바쁘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동안은 퍼커션은 손으로만 하는 것인줄 알았거든요.
중간에 함께 음악을 만들어보자며 음을 따라하게 한 부분도 아주 좋은 경험이었어요.
퍼커션은 손으로 혹은 여러가지 스틱으로, 또한 두드리기만 하는것이 아니라 비비고 흔들고 불고 때론 발로 밟기도 하지요. 사실 이 세상에 소리나는 모든것이 다 퍼커션이예요. 류복성 선생님을 아시네요. 오랫동안 함께 연주했어요. 한 1년 쉬었는데 다음주 부터 다시 함께 하기로 했어요. 매주 일요일 저녁 대학로에 있는 재즈클럽 천년동안도에서 연주할 겁니다. 나중에 시간 나실때 놀러오세요. 클럽은 술도 한잔 하면서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죠.
류복성 선생님이 예전에 텔레비젼에 워낙 많이 나오셨으니까요.
팔꿈치로 치면서 마무리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사실 그게 퍼커션인줄도 몰랐다가 정균씨 얘기듣고 알게 되었어요.
음을 갖가지 형태로 불러내는 군요.
예술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음악같다는.
째즈공연 참 좋았어요
저는 정말 처음으로 가본 째즈공연인데요
동원님 말씀처럼 그런 감기는 느낌과 다른 감김이었어요
어머…사진까지..즐거운 한 때를 좋은 분들과 기억한다는건
저는 정말 진심으로 행복해요
늘 동원님, 언니 고맙고 반갑고요…^^
김정균님.. 전시회 마지막날 오셨었는데요 벌써 두 번째 뵙네요…
동원님 말씀에 동감해요..조용한 힘이 있으신듯해요..
나서지도 않으시는데..힘이 느껴지더군요…
이번 공연본 건 전적으로 정균씨 덕택이죠.
저도 처음이었는데 너무 감기지도 않고 아주 좋더라구요.
담에는 음악 얘기듣는 시간도 가져보려구요.
사진으로 봐서는 두 분이 형제같아 보이는데요.^^
털보님은 베이시스트 같고, 여성 두 분은 코러스를 담당하신 분들 같아 보입니다.
트위터에서 인연맺어서 사람만난 것이
벌써 다섯 번째이네요.
좋은 분들 많이 만나게 되는 듯 싶어요.
학교를 저랑 같이 나와서 더 친해졌어요.
오~ 정균 씨의 실물 사진을 여기서 보네요.
ㅎ
멋집니다. 무대가 깔끔하면서도 깊어 보입니다. 우아한 것 같기도 하고
소리가 들리네요. 깨끗한 음질의 깊은 음이 흐릅니다. ㅎ..
주대 시인 많이 보고 싶어 하더라구요.
꽃피는 봄이 와서 날이 따뜻해지면
화곡동에서 한번 보자구 했어요.
사람이 멋져서 그냥 만나기만 해도 좋더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