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밤풍경

6월로 접어들면서
밤이 오는 시간이 상당이 더디어 졌다.
낮은 그만큼 더 길어졌다.
자전거에 몸을 의지하고 집을 나선 것이 저녁 8시 30분쯤이었던 같다.
천호대교의 바로 위쪽 광진교를 넘어 간 뒤
잠수교까지 내려갔다가 잠실을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12시 30분이 넘어 있었다.
밤의 한강변을 가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는 밤이 되면 길이 좁아진다는 것이었고
(실제로야 낮이나 밤이나 길의 폭이 달라질 것이야 없겠지만
시야의 제한을 받는 순간 그 보폭의 느낌은 갑자기 줄어든다)
또 다른 한가지는 한강엔 귀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살던 고향에선 항상 귀신은 강가에 많았다.
그곳에서 빠져죽은 사람들이 많았던 관계로 그 점은 이해못할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강엔 그곳에 빠져죽은 사람들이 그 어느 곳보다 많은데도 귀신은 없었다.
귀신은 호젓한 강변에서 내 마음의 불안과 두려움을 양식으로 고개를 드는 것이건만
한강변은 한밤 중에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도저히 귀신들이 사람들로부터 그런 불안과 두려움을 기대할 수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고향의 강가에서와 달리
밤 12시 가까운 시간 속에서도 아무 두려움 없이 한강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편리하고 좋았지만
한편으로 고향 강가의 귀신들,
그리고 그 귀신들이 안겨주던 모골이 송연한 밤의 소름이 그리웠다.

Photo by Kim Dong Won

천호대교이다.
항상 저 다리를 건너 집으로 간다.
그저 다리의 위로만 다녔다.
오늘 그 아래 서보니
한밤에도 건장한 다리의 다리가 다리를 바치고 있다.
나에게도 지금의 내 삶을 바치고 있는 어떤 미지의 굳건한 다리가 있는 것은 혹 아닐까.
그런게 있다면 내 삶을 등에 짊어진 그 미지의 수고에 감사드리고 싶다.

Photo by Kim Dong Won

올림픽대교이다.
다리 전체가 성화가 되고 싶었던 다리이다.
상징이란 어떻게 보면 무서운 것이다.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소멸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런 굳은 상징이 많을수록
새로운 감각을 일으켜 세상을 달리 보기가 쉽지 않다.

Photo by Kim Dong Won

아래쪽에서 본 올림픽대교이다.
다리가 출렁대며 강의 저편으로 가고 있었다.
올림픽 대교는 다리가 아니라 혹 물길인지도 모르겠다.

Photo by Kim Dong Won

아파트 머리 맡에 달이 떴다.
가로등 불빛이 더 밝고 가까운 이 도시에서
달빛은 옹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달이 뜬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것을 보면
빛은 그 밝기나 화려함이 중요한 것은 아닌가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밤의 한강에 나가면
빛의 뿌리를 볼 수 있다.
잠시 전기니 뭐니 하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모든 가로등과 불빛이
그 빛의 뿌리를 강가에 내리고
강 속 깊숙한 곳에서
빛을 길어올리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수력으로 발전을 하기도 하니
억지 생각은 아닌 것 같다.

Photo by Kim Dong Won

저 빌딩은 아마도
낮에도 저 자리에 저렇게 서 있었겠지.
그러나 마음의 느낌을 따라가니
마치 밤의 외로움으로 오늘밤 그들이 그 자리에 모여있는 듯한 느낌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다리의 교각은
그 끝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종종 그 끝이 마치 어떤 세상으로 나가는 문처럼 여겨지곤 한다.
이 곳이 닫혀있다는 느낌과
어디론가 문을 열고 나가고 싶은 나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편에서 보면 내가 서 있는 이 쪽이 또 문이 되겠지.
그렇게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누군가에겐 문이 되는 것일까.

Photo by Kim Dong Won

동호대교이다.
차와 지하철이 함께 다닌다.
다리의 교각이 더욱 촘촘하다.

Photo by Kim Dong Won

강변북로는 종종 강변이 아니라
강위로 달린다.
수면이 잔잔하면
그 아래쪽의 촘촘한 교각이 받쳐든 풍경은
어디 미래도시로 가는 정류장 같다.

Photo by Kim Dong Won

청담대교이다.
지하철은 아래로
차들은 위로 다닌다.
밤엔 강물 속으로 물구나무를 선다.
밤에 지하철을 타고 청담대교를 건널 때면
피가 머리로 솟구칠지 모른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청담대교의 밤장난 때문이다.

5 thoughts on “한강의 밤풍경

  1. 안녕하세요. 사진보러 또 놀러왔습니다.
    저도 밤에 강북강변을 차타고 지나가는걸 즐겨했었어요
    다리의 조명과 강에 비친 빛그림자가 너무 예뻐서
    언젠가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마음만 먹었었죠.
    아마 제가 찍었으면 다 흔들려서 불안한 밤의 도시가 되었을꺼예요. ㅋㅋ

    맘만 먹으면 드라이브를 갈 수 있었던 때가 살짜기 그리워지네요.

    사진 잘 봤구요. 또 놀러올께요~
    여기 와서 충전하구 가는거 같아요. ^^

  2. 밤엔 사진찍기가 참 어려워요.
    우선 삼각대가 필수라서 그게 상당히 거추장스럽죠.
    게다가 한장 찍는데 30초씩 걸리기도 하기 때문에 성질 급한 사람들은 밤엔 사진찍기 어려울 거예요.
    좋게 봐주시니 힘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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